홍콩 원픽에 美 규제 법안…중학개미 '흔들', 국민연금 '못 판다'

김지훈 기자, 김경렬 기자
2026.09.29 16:26

국회 "리스크 평가" 지적받은 국민연금 투자처, 미 의회 규제 명단에

홍콩증시 종목별 국내 투자자 순매수 순위/그래픽=김지영

국내 투자자가 최근 두 달간 홍콩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중국 광트랜시버 업체 중지이노라이트의 주가가 미국 상원의 규제 법안 발의에 급락했다. 중학개미(중화권 상장사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흔들리는 사이, 상장 전 코너스톤 투자에 참여한 국민연금은 보호예수에 묶여 내년 1월까지 주식을 팔 수 없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존 코닌·데이브 매코믹 상원의원과 민주당 존 페터먼·루벤 가예고 상원의원은 중지이노라이트와 중국 선전증시 창업판 상장사 이옵토링크를 연방정부 국가안보시스템 조달에서 배제하는 '중국산 광트랜시버로부터 국가안보시스템 보호법'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중지이노라이트는 법안 발의 후 첫 거래일인 28일 홍콩증시에서 12.21% 급락한 1028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7월30일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이다.

법안은 제정 후 5년의 시행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 시장은 제도 적용 속도보다 빠르게 반응했다. 씨티는 투자 노트에서 이번 법안 발의가 중지이노라이트의 단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정치·정책 위험은 계속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두 달 새 591억 '원픽'…상장 후 최대 낙폭에 '흔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예탁결제원 결제망을 사용하는 개인·기관 등 국내 투자자가 7월30일부터 9월28일까지(결제일 기준) 순매수한 중지이노라이트 주식은 4345만7791달러(591억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예탁결제원을 통해 결제된 홍콩증시 종목 가운데 순매수액 1위다. 2위인 CSOP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P(상장지수상품·순매수 1286만달러)의 3.4배다. 예탁결제원은 결제일(매매일로부터 2영업일 후)을 기준으로 거래 통계를 내기 때문에 실제 매매일 기준으로는 9월24일분까지 반영된 수치다.

중지이노라이트 주요 실적/그래픽=윤선정

중지이노라이트는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꿔 광섬유로 주고받는 부품인 광트랜시버를 AI 데이터센터용으로 만드는 기업이다. 미국 매출 비중은 지난 1분기 기준 61.7%에 달했다. 하지만 홍콩증시 상장 전에 미국 전쟁부의 조달사업 참여 금지 대상인 중국군사기업(CMC)으로 지정되는 등 미중 AI 경쟁에 따른 규제 대상으로 꼽혀 왔다. 그럼에도 국내 투자자가 순매수를 이어간 것은 AI 인프라(기반시설) 수요에 따른 광트랜시버 산업의 성장성을 기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지이노라이트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9월22일 장중 1322홍콩달러까지 올라 공모가 대비 34.9%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이날 종가를 포함해 28일까지 5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상장 당일부터 9월28일까지 43거래일간의 종가 가운데 28일 종가를 밑돈 날은 9거래일뿐이다. 상장 이후 상당 기간 형성된 가격대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평가손실 구간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보호예수에 내년 1월까지 '못 판다'
(로이터=뉴스1) 정은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펑리이안 여사가 미중 정상회담 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개최되는 국빈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2026.9.2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정은지 기자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도 중지이노라이트의 홍콩증시 상장 전인 7월20일 코너스톤(상장 전 사전 물량 배정) 방식으로 투자했다. IB(투자은행)업계와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증권사 등 일반 기관투자자와 달리 예탁결제원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내 노후자산을 포함한 한국의 중지이노라이트 투자액은 세이브로 집계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공모가 980홍콩달러 기준으로 28일 종가(1028홍콩달러)에서 4.9%의 평가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코너스톤 투자에 따른 보호예수 기간인 2027년 1월29일까지는 수익을 확정할 수 없다.

국민연금이 CMC 지정 42일 후 중지이노라이트의 홍콩증시 IPO(기업공개)에 참여하면서 지정학적 위험 인식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에서는 미국 상원의 입법 전에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의 중지이노라이트 투자와 관련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미국의 연쇄 제재로 주가가 급락하거나 미국 내 금융거래 제한 등 2차 제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그런 지정학적 리스크 평가가 투자심의위원회에서도 공식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투자원칙을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CMC 명단 필터링 등에 나설지를 묻는 본지 질의에 "기본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 의결 사안으로 검토 중"이라며 "기금위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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