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선정 제외' 이지스 투자잔액 늘어…신규 출자 재개되나

김지훈 기자
입력 2026.11.05 17:42 수정 2026.11.05 17:42
국민연금 이지스자산운용 부동산 관련 펀드 투자잔액/그래픽=이지혜

국민연금공단 부동산투자실이 이지스자산운용 교체를 시도하는 등 양측 관계가 악화한 시기에 국민연금이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신규 출자는 멈추면서도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잔액은 2조3000억원대로 1년 새 8.5% 늘었는데 기존 출자 약정을 집행한 결과다. 이지스자산운용 교체 시도 등을 주도한 부동산투자실장이 최근 해임되면서 업계는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신규 출자가 재개될지 주목하고 있다.

5일 연기금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마곡 원그로브 펀드 투자잔액을 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241억원 늘렸다. 마곡 원그로브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관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다. 국민연금은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16호를 통해 원그로브를 2조3000억원에 선매입하기로 계약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2월 시행사인 마곡CP4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IRDV 45.2%, 태영건설 29.9%, 이지스자산운용 19.9%, 메리츠증권 5%)로부터 원그로브를 인수했다.

투자잔액은 출자금에서 회수금과 손실 처리분을 뺀 장부상 금액이다. 국민연금이 이지스 측 펀드에 직접 집행한 자금으로 은행권 담보대출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원그로브의 경우 건물 이름을 비공개로 돌린 채 투자잔액을 공시했다. 국민연금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펀드명이 공개된 이지스자산운용 펀드 9개에 대한 투자잔액은 2조3034억원으로 1년 새 8.5% 늘었다.

국민연금은 2021년 마곡 원그로브 이후 멈췄던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신규 투자를 2024년 8월 서울시청 인근 더익스체인지서울(TES) 재개발 사업을 계기로 재개했다. 이후 국내 부동산 코어플랫폼 펀드 위탁운용사로 삼성SRA·KB·캡스톤자산운용을 선정하는 등 신규 출자가 이어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민연금의 사업 공고에 참여 의향을 거듭 타진했지만 마곡 원그로브 이후 부동산 관련 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지난해 코어플랫폼 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때는 1차 제안서 심사를 통과한 6곳에 들었지만 최종 선정에서 제외됐다.

마곡원그로브. /사진제공=마곡원그로브

국민연금은 2023년 마곡 원그로브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가자 운용사 의사결정 관여와 관리를 강화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실사 과정에서 국민연금 위탁자산 펀드 보고서가 본입찰 참여사인 한화생명·흥국생명·힐하우스에 제공된 사실이 알려지자 기밀 정보가 유출됐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IB 업계는 일반적인 M&A(인수합병) 과정에서 필요한 실사 절차를 국가 기밀 유출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지스자산운용 측도 국제적인 프로토콜(표준)에 부합하는 실사를 진행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부동산투자실은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의 위탁운용사를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단 준법지원실 산하 법무지원팀은 출자자와 운용사 간 신뢰가 훼손됐다는 이유만으로는 교체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준법지원실은 국민연금 전직 간부가 코람코에 재취업한 데 따른 이해충돌 우려도 제기했고 결국 운용사 교체는 무산됐다.

전임 부동산투자실장은 지난달 징계위원회를 거쳐 해임 처분을 통보받았다. 국민연금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체감사 결과 전임 실장에게 갑질 등 중대한 규정 위반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구체적인 해임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이지스자산운용 신규 출자 공백이 전임 실장 체제의 한시적 판단이었는지, 실장 교체 이후에도 유지될 장기 기조인지는 다음 위탁운용사 선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