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책 볼 때, 남자들은 논다?…불편한 진실일까, 거짓말일까

오진영 기자
2026.07.17 08:00
지난 12일 오후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으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사진=이영환

"남자들이 책 많이 안 보는 건 사실 아닌가요? 1년에 2~3권도 안 보는 사람들 많은 것 같은데요."(26세 여성 서모씨)

"소설을 안 본다 뿐이지,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많이 읽어요. 저만 해도 1년에 수십권은 가볍게 읽는데요."(31세 남성 천모씨)

출판 시장에서 여성 작가들의 약진이 도드라지며 '남성은 책을 안 읽는다'는 편견이 확산한다. 국제 무대에서 성과를 거두는 작가들은 물론 여성 독자들을 겨냥한 온라인 서점의 홍보도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다. 과연 여성이 남성보다 책을 많이 볼까?

76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전체 시장에서 여성 독자의 비율은 70~80% 수준으로 20~30% 수준인 남성보다 많다. 최근 여성을 겨냥한 서적이나 맞춤형 홍보가 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향이 반영됐다. 지난달 15만명이 방문하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서울국제도서전에도 80% 이상의 방문객이 여성이었다. 출판계 관계자는 "30~40대 여성 독자가 모든 계층 중 가장 독서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여성 작가들의 성과가 뚜렷해진 것도 여성 독자들의 지지 덕택이다. 여성 중에서는 여성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독자가 많고, 같은 작가의 작품을 반복해 소비하는 비율이 높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여성 작가의 출판을 늘릴 유인이 마련된 셈이다.

6~7월 온라인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와야마 야마, 스즈키 유이, 천경자 등 여성 작가의 작품은 모두 여성 독자의 구매 비율이 남성보다 2~3배 높았다. 예스24가 23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뽑는 설문조사에서도 '톱 4'가 모두 여자였다.

/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다만 남자가 책을 적게 읽는다는 주장은 잘못됐다. e나라지표,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독서인구의 비율은 여성이 51.6%로 남성(45.8%)보다 높지만, 남성의 1인당 평균 독서권수는 7.2권으로 여성(6.8권)보다 많다. 유형별로 봐도 교양 서적이나 생활·취미 서적의 평균 독서권수는 여성이 더 많지만, 직업 서적과 잡지류 등의 평균 독서권수는 남성이 더 많았다.

출판업계는 치우쳐 있는 독서 성향이 '남성은 책을 안 본다'는 편견을 조장했다고 설명한다. 국제 무대에서 성과가 잇따르는 우리 서적의 장르가 소설이나 교양 서적 등에 집중된 것도 영향을 줬다. 한 온라인 서점 관계자는 "노벨문학상이나 공쿠르상 등을 받은 작품은 대부분 여성 독자들이 구매한다"며 "남성 독자들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적게 받으며 선호하는 장르의 책을 반복해 읽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주요 출판사들은 남성 독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형태의 출판을 늘려 나갈 예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e북(전자책)이다. e북은 구매자의 70% 이상이 남성일 정도로 남성 독자들이 압도적인 분야다. 도서 플랫폼 관계자는 "남성들에게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소설이나 생활·취미 서적의 e북 출판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종이책보다 저렴하고 독서가 간편하기 때문에 20~30대 남성의 구매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된 한강 작가의 책. / 사진 = 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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