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을 9차례나 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주위에서 굳건한 믿음을 보여주자 비로소 최예림(27·휴온스)은 달라졌다. 결국 무관의 설움을 9년 만에 털어낼 수 있었다.
최예림은 6일 경기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임희정(두산건설 We've)을 한 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무려 9번째 시즌, 239번째 대회에서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준우승을 9차례나 거둔 뒤에 이룬 우승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2018년부터 KLPGA 투어에서 활약한 최예림은 첫 시즌부터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대를 모았고 이후 꾸준히 정상권을 지켰다.
문제는 우승이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기도 하는 등 9차례나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우승은 경쟁자의 몫이었다. 2024년엔 2주 연속 준우승 등 3차례나 막판에 좌절을 겪었다.
최예림은 "창피하단 생각도 많이 했다. 어떨 땐 리듬이 빨라졌다. 어떨 땐 리듬 느려졌다. 내 템포 지키지 못한단 생각을 많이 했다"며 "준우승을 많이 하고 집에 갔을땐 늘 잠을 잘 못잤다. 이 홀에서 왜 그랬을까 생각에 사로잡혀서 며칠은 자책을 했다"고 전했다.
3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 했음에도 스스로 확신이 부족했다. 2라운드 종료 후 그는 "스스로에게 '나는 이미 우승 한 선수다'라는 생각을 계속 주입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플레이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자기 암시를 걸고 3라운드에 임했다. 이날도 리더보드를 의식적으로 살피지 않고 플레이를 펼쳤다.
물론 기술적인 변화도 있었다. 최예림은 "아이언샷이나 드라이버 정확도는 똑같다. 작년과 달라진 건 퍼팅"이라며 "그동안 퍼팅 레슨을 받지 않았는데 받고 나서 버디나 파 세이브 확률이 월등해졌다. 이전엔 퍼팅할 때 많이 불안했는데 올 시즌엔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퍼팅 또한 코치의 확고한 믿음으로 인해 더욱 자신감을 얻어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러한 믿음이 최예림의 커리어에 전환점이 됐다.
올 시즌 퍼팅은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지난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또 2위에 만족해야 했고 이후로도 공동 3위만 2번에 그쳤다. 그런 최예림에게 2주 전부터 큰 변화가 생겼다. 명코치 이시우 프로에게 지도를 받기 시작한 것. 기술적인 부분보다 가장 큰 건 마음가짐의 변화였다.
최예림은 "이시우 프로님이 마음을 많이 편하게 해주셨다. 늘 잘한다고 해주신다. '원래 잘했다, 조금만 보완하면 된다'고 하셨다"며 "내가 불안형이라면 프로님이 안정형이었고 '너무 잘하는데 조금만 다듬으면 된다'고 한 게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비슷한 아픔을 겪은 배소현(33·메디힐)은 누구보다 든든한 응원군을 자처했고 최예림의 우승 순간 눈물까지 흘렸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같아서 이야기도 자주 나눴는데 항상 준우승하거나 했을 때 남아서 격려를 많이 해줬다"며 배소현도 2011년 입회해 2024년 154번 도전 끝에 우승을 일군 경험이 있었다.
최예림은 "언니도 많이 기다렸다고 우승이 나왔기에 격려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며 "이시우 프로 팀에 들어가면서 대화하다보니 통하는 점도 많고 대화가 잘 돼서 더 가까워졌다. 이후 더 격려를 받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후원사 휴온스그룹의 윤성태 회장도 큰 지원군이다. 최예림은 "윤성태 회장님과 최근 플레이도 여러 번 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만났는데 '너무 잘하고 있다'고 해주시고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쳐라. 그래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조만간 할 것 같으니 열심히 하고 있으라'고 해주신 게 감사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