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멈춰선 최종 발표… 재협상 아닌 '트럼프의 외교 시계' 때문?

조규희 기자
2026.09.27 14: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오른쪽)가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도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일정을 끝으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쳤다. 2026.09.26. /사진=뉴시스

원전 건설, 가스발전,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3대 프로젝트를 일찌감치 확정해놓고도 미국의 최종 '콜' 사인이 지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에 차지 않아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협상 결렬이 아닌 미국 내부의 거시적 외교 일정과 행정 절차 지연에 따른 타이밍 조율로 풀이된다.

27일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는 대미 투자 최종 확정 발표 지연과 관련해 "국회 보고로 우리 국내 절차는 완료됐다"며 "3개 프로젝트 추진계획 공동발표를 위한 미측 국내절차 완료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대미 투자 3대 사업 추진 경과를 보고했다. 보고 내용에 따르면 1호 프로젝트는 총 223억 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이다. 2호 사업으로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한국형 원자로 APR1400 2기 포함), 3호 사업으로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을 차례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시간 23일부터 27일까지 최종 발표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나 서명 소식이 나오지 않으면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투자 한도(연 2000억 달러 상한) 설정과 원금 회수 전 수익 5대 5 배분,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우산형 특수목적법인(SPV)' 설립 등 미측 요구와 한국 측 안전장치가 팽팽히 교차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뒤엎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이미 실무 협상을 거쳐 틀을 완비한 만큼 협상 파국으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구조상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미 대통령이 최종 확정·선정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투자위원회 추천 전 산업장관이 위원장인 양국 협의위원회를 통해 실무적 이견을 이미 긴밀히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발표 지연의 핵심은 '협상 난항'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외교적 우선순위'와 뉴스의 '스포트라이트 타이밍'에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측 국회 보고 직후인 22일 저녁부터 26일까지 매머드급 외교 현안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22일 UN 총회 다자 외교 일정을 시작으로 23일부터 25일까지는 11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백악관에서 맞이해 미·중 정상회담과 만찬 등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항까지 직접 나가 시 주석을 영접하고 B-2 폭격기 축하 비행까지 동원하는 등 백악관의 모든 조명과 외교 역량이 대중국 협상에 집중된 시기였다. 시 주석이 떠난 26일 직후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제안을 거절하며 중동발 안보 위기 대응에 긴급 착수했다.

대형 외교·안보 악재와 미·중 패권 전쟁이라는 거시적 이슈가 연달아 워싱턴을 점유하면서 한국과의 대규모 투자 합의 발표가 외신 헤드라인에서 묻히지 않도록 백악관이 의도적으로 발표 시점을 이르고 늦추며 '단독 스포트라이트' 판을 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측 내부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조속히 확정 발표를 할 것"이라며 "양국이 합의한 프레임워크대로 차질 없는 대미 투자 이행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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