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가 석 달 연속 400억달러 넘는 흑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인 4500억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남은 넉 달간 월평균 427억달러의 흑자가 필요한 가운데 한은은 연간 전망치를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792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96억7000만달러)의 약 4배에 달한다. 지난 6월 497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7월 420억8000만달러, 8월 461억1000만달러 등 석 달 연속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은은 지난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450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9~12월 1708억달러의 흑자를 추가로 내야 한다. 월평균 427억달러로 최근 3개월 평균(459억7000만달러)보다는 낮지만, 남은 기간에도 매달 40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흑자가 이어져야 한다.
한은은 현재까지의 실적이 예상했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연간 전망은 4500억달러, 하반기는 2590억달러 수준이었다"며 "8월까지 상품수출 등 경상수지 흐름을 보면 전망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9월 수출 실적이 연간 전망 달성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9월 통관 기준 수출은 1209억4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입은 710억90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498억5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유 부장은 "9월 무역수지가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4분기 연말로 갈수록 수출 집중 효과도 있어 경상수지는 지금 전망하는 수준 정도는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통관 기준 무역수지와 국제수지 기준 경상수지는 집계 방식이 다르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외에도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 등을 포함하는 만큼 9월 무역흑자가 그대로 경상흑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8월에는 상품수지가 468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서비스수지가 16억8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본원소득수지도 외국인에 대한 분기배당 지급 등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흑자 폭이 축소됐다.
한은은 향후 경상수지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기업들의 배당 지급과 국제유가를 꼽았다. 연말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 지급 증가로 이어질 경우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줄어들 수 있다.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도 경상수지 흑자를 제약할 요인이다.
유 부장은 "4분기 중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 등에 따라 대규모 배당이 예상된다"며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본원소득수지 지급으로 처리될 수 있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동 분쟁 지속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도 하방 요인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