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안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지을 수 없는 지역을 먼저 가려낸 뒤, 내년부터 기본조사 후보 부지 공모에 나선다. 2050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영구처분시설 운영을 목표로 부지선정 절차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는 출범 1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정책 추진 성과와 향후 계획을 11일 발표했다. 위원회는 올해 4월 관리시설 부지선정을 위한 부지적합성 조사계획을 의결하고, 부지선정에 필요한 조사·평가 절차와 기준을 마련했다.
부지선정은 특정 지역을 먼저 정한 뒤 적합성을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학적 기준에 따라 부적합한 지역을 객관적으로 걸러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부적합 지역을 배제한 뒤 후보 부지를 공모하고, 기본조사와 심층조사를 거쳐 최종 부지를 확정하는 순서다. 위원회는 공모에 앞서 참여지역 지원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중장기 관리계획 수립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위원회는 '제3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마련했으며, 올해 안에 법정 계획인 기본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본계획에는 사용후핵연료 발생 전망과 부지선정, 시설계획, 투자계획,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방안 등이 담긴다. 아울러 향후 35년간의 관리시설 건설·운영 로드맵도 함께 제시된다.
부지선정 정책을 뒷받침할 전문 검토 체계도 구축했다. 위원회는 올해 2월 첫 본위원회를 개최한 이후 9월까지 총 8차례 회의를 열어 주요 정책 현안을 심의했다. 4월 국회 추천위원 위촉으로 위원 9명 구성을 마무리했다. 또 학회·협회·연구기관·시민사회 등의 추천을 받아 전문가 35명을 위촉하고, 부지, 저장·운반, 처분, 소통 등 4개 분야 전문위원회를 꾸려 주요 현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사회 의견 수렴과 해외 사례 검토도 병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영광·고창·장흥·울진 등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대표를 만나 현장 의견을 들었다. 지난 6월에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함께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국제토론회를 열고, 일본·캐나다·프랑스·스웨덴·스위스·핀란드 등 해외 주요국의 관리사업 관계자와 유치지역 주민대표가 참석해 부지선정 과정의 소통과 이해관계자 참여 경험을 공유했다.
위원회는 본위원회와 전문위원회의 의사록·회의록을 전면 공개하는 등 정보 공개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주민들이 부지선정 과정과 조사 결과를 충분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정보 제공과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현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장은 "지난 1년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와 기반을 만드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기반 위에서 국민과 지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을 하나씩 만들어가야 할 때"라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어느 한 지역이나 한 세대의 부담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과학적 안전성을 가장 우선으로 하되 충분한 대화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