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0원 급등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와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거래 종가보다 10.0원 오른 1345.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7.7원 하락한 1335.1원에 주간거래를 마치며 2024년 10월 4일(1333.7원)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원화 강세를 이끌었지만 하루 만에 1340원대로 돌아갔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국내 증시 급락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꼽힌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6% 넘게 급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두 달여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루 동안 4조5000억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하며 6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에 따른 달러 환전 수요에 대한 경계감이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
대외적으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1.84% 오른 배럴당 106.65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차 부각되면서 달러인덱스는 장중 102.6선을 돌파해 지난해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그동안 원화는 여타 통화 대비 유독 견조한 흐름을 보여왔지만 강달러 압력이 한층 강해질 경우 다른 통화와 키맞추기 하는 과정에서 약세로 쏠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달러 매도 물량은 환율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민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가 조정을 받더라도 실물 수출에 기반한 달러 공급은 이와 별개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는 구간마다 매도 대응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화의 상대적 강세와 변동성 확대가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주가 조정 국면에서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 발생이 외국인의 매도 심리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원화 변동성이 진정되고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도 완화된다면 외국인의 공격적인 국내 주식 순매도 기세가 주춤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