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韓경제 관건은 AI 투자 지속 여부"…WTO도 지속가능성 경계

최민경 기자
2026.10.14 13:45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호황의 지속 여부를 한국 경제의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AI 관련 상품이 세계 무역 성장의 절반가량을 견인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주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신 총재는 1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CNN 글로벌 퍼스펙티브 패널토론에서 "핵심은 대규모 AI 투자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는 것"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투자 동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전망기관들은 2030년까지 향후 3~4년간 매년 1조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가 세계 무역을 뒷받침하고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토론에 참석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AI 관련 상품 교역이 세계 무역의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올해 세계 무역 성장의 거의 50%를 AI가 기여하고 있다"며 "WTO에서는 '무역 없이는 컴퓨팅도 없다(No trade, no compute)'고 말하는데 한국이 이를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무역이 관세와 전쟁 등으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WTO의 80년 역사상 가장 큰 혼란에 직면했지만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WTO는 지난 8일 올해 세계 상품무역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3.9%로 상향한 바 있다. 지난해 상품무역 증가율 역시 당초 전망치 2.4%를 웃도는 4.6%를 기록했다.

다만 AI 투자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회복력이 있다는 것이 견고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AI 투자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안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는 한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의 거시금융안정 정책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며 "그 경험은 우리의 DNA에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레버리지가 누적되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며 "불균형이 이미 커진 뒤 조치를 취하는 것은 거품을 터뜨리는 것과 같아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 문제도 언급했다. 신 총재는 "한국은 K자형 경제가 매우 뚜렷한 사례"라며 "인플레이션은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에 가장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물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버나드 멘사 뱅크오브아메리카 국제부문 사장은 글로벌 자본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자본은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자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생산비용뿐 아니라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고려해 투자처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의 동남아시아 진출도 이러한 공급망 재편의 사례로 제시했다. 멘사 사장은 "많은 한국 기업이 동남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거점과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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