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2022년 이후 서울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공급 감소를 수도권 집값 상승의 단기적 원인 중 하나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콕 짚은 2022년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해다. 박원순 전 시장의 남은 임기를 이어받은 짧은 민선 3기가 끝나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선 4기가 시작된 첫 해이기도 하다. 주택 공급 부족과 그로 인한 집값 상승의 책임을 이전 정부와 오 시장에게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그렇다면 실제 서울 주택 공급 물량은 어떻게 변했을까?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와 서울시 인허가와 착공 물량을 연도별로 따져봤다. 서울 정비사업 구역 지정과 해제 실적도 함께 살펴봤다. 대통령이 언급한 '절반 감소'가 실제 통계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숫자로 직접 확인해봤다.
통계상 2021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서울 주택 인허가는 49.1% 줄었고 착공은 46.2% 감소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이 대통령의 말이 맞는 듯하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규 주택용지 발굴이 쉽지 않은 서울은 주택 공급의 상당 부분이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이뤄진다.
정비사업은 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사업 물량만으로 당장 공급량을 판단하기 어렵다. 과거 정비사업 물량이 어떻게 변했고 그 영향이 실제 착공으로 언제 나타났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역 지정에서 사업시행인가까지는 평균 약 3.5년이, 착공까지는 평균 10년 이상이 걸린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전역에서 추진 중인 정비사업은 496곳이다. 2021년 신속통합기획 도입 이후에는 214개 구역에서 약 30만7000가구 규모의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당초 목표의 114% 수준이다.
2021년 오 시장이 민선 3기 취임 이후 정비사업 제도를 잇따라 개편한 결과다. 오 시장은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하는 한편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간소화했다. 통상 5년 이상 걸리던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 안팎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신규 정비구역 지정도 다시 늘었다. 2021~2025년 서울의 신규 정비구역 지정은 연평균 35곳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박원순 전 시장이 서울시장 3연임을 이어가던 2012~2020년 서울에서는 정비구역 389곳이 해제됐다. 해당 구역의 사업 규모는 약 43만가구다. 기존 구역이 줄어드는 동안 신규 사업 진입도 크게 감소해 2016~2020년 5년간 서울의 주택재개발 신규 정비구역 지정은 한 건도 없었다.
당시에는 법정 재개발 요건 외에 주거정비지수제 기준도 충족해야 했다. 2015년 도입된 주거정비지수제는 노후도와 주민동의율, 주택밀도, 주거환경 등을 점수화해 정비구역 지정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였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2021년 당시 법정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은 전체 노후 저층주거의 약 50%에 달했다. 하지만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실제 재개발이 가능한 지역이 약 14%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법정 요건보다 추가 평가 기준이 훨씬 더 엄격한 탓이었다.
여기에 더해 정비구역 지정 전 주민제안과 사전검토, 사전타당성조사 등 다양한 사전 절차가 운영되면서 신규 사업지 확보 자체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대통령이 언급한 '절반'이라는 표현은 단순하게 숫자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다. 서울의 정비사업 연평균 착공 물량은 2016~2020년 약 2만9000가구에서 2021~2025년 약 1만5000가구로 48.3% 감소했다. 연도별로 보면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착공 물량은 2021년 2만4000가구에서 2022년 1만9000가구로 5000가구 감소한다. 2023년에는 1만가구로 무려 9000가구가 급감한다. 이어 2024년 1만1000가구, 2025년 1만5000가구 등 이후에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절반' 표현이 단순 숫자 언급이 아닌 공급 부진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면 판단도 달라져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비사업은 구역 지정 이후에도 조합설립과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철거 등을 거쳐야 착공할 수 있다. 구역 지정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평균 약 3.5년이 걸린다. 착공까지는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특정 시점의 정비사업 감소가 실제 착공 물량에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는 구조다. 2021년 이후 착공 물량 감소 역시 그 이전 시점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합당하다. 오 시장 복귀 이후인 2022년부터 서울의 정비사업 물량이 대폭 늘었지만 당장의 공급효과로 가시화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시차의 결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