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분사 반대 전선에 한국노총 지도부가 가세했다. 정부의 주택공급을 실행할 핵심 기관의 내부 갈등이 노동계 공동 투쟁으로까지 비화하는 분위기다.
LH 노조는 2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분사 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임직원과 가족 1만4334명이 참여한 서명부를 전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정정희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노철민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 등 상급단체 지도부도 참석했다.
류 사무총장은 이날 "한국노총 150만 조합원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방적 조직개편을 막아내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LH 내부 반발에 한국노총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힘을 실으면서 국토부를 향한 압박도 한층 커졌다.
노조는 이미 지난 17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의 대정부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창사 이래 첫 총파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오는 30일 사측과의 첫 단체교섭을 앞두고 압박 강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문한 'LH 분사'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국토부 업무보고 당시 "기술적으로 부채·자산을 떼어내 전문화해 관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국토부는 연내 구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조는 정부의 분사 추진과 관련, 개발과 자산관리 업무를 나누면 사업 추진에 혼선이 생겨 주택공급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혁신안 추진 과정에서 LH 구성원은 약 1200명 줄어든 반면 연간 주택공급 목표는 약 6만호에서 11만호 수준으로 늘어난 점도 문제삼고 있다. 이미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조직까지 분리하는 것은 현장 실행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분사 논의 과정에서 직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정부와 지자체, LH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분사의 영향을 검증할 노정협의체 구성을 요구한 상태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지난 22일 취임 첫 현장 행보로 3기 신도시 부천 대장지구를 찾는 등 공급을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지만 이를 실행해야 할 LH가 총파업을 경고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공공주택 착공과 택지 조성, 3기 신도시 사업 등 공급계획의 집행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을 지낸 이성훈 LH 신임 사장의 조직 수습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7월 취임한 이 사장은 정부의 분사 방침과 노조 반발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지만 아직 내부 갈등을 누그러뜨릴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첫 교섭 이후에도 정부가 실질적인 협의 없이 분사를 강행하면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LH 노조가 실제 총파업을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주택 공급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원만한 타결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