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이어 분양가까지 뛰면서 내집 마련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분양가 상승은 기존 주택 매수를 미루고 청약을 기다려온 실수요자에게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분양을 준비 중인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 에피트' 분양가는 공급면적 기준 3.3㎡당 7600만원대가 예상된다. 이같은 예상 분양가를 바탕으로 전용면적 59㎡(공급 25평)와 84㎡(공급 34평)의 분양가를 계산하면 각각 19억원과 25억8400만원에 이른다. 각종 세금과 추가 옵션비용을 제외한 중소형 아파트의 분양대금이 19억~26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단 이같은 계산이 실제 분양가를 뜻하는 건 아니다. 실제 공급면적과 주택형·층별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종 분양가는 입주자모집공고에서 확정된다.
예상 분양가만 놓고 보면 인근 대단지 아파트 시세와도 큰 차이가 없다. '경희궁 에피트' 단지와 사실상 맞닿아 있는 '경희궁자이 2단지' 전용 59㎡는 지난 6월 23억원에, 전용 84㎡는 7월 2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경희궁 에피트'는 업무시설 1개동과 주상복합시설 2개동으로 조성되며 주택 총 228가구 중 135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분양가 상승은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일부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가 9억원에 육박하는 등 이미 수도권 전반의 분양가가 크게 오른 상황이다.
경기 의왕에서 지난 7월 분양한 '의왕역 SK VIEW' 전용 59㎡A형은 최고 분양가가 8억95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분양한 '의왕시청역 SK VIEW IPARK'의 같은 주택형(7억946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뛴 가격이다. 해당 주택형 최고가를 공급면적으로 나눈 3.3㎡당 가격도 의왕역 단지가 3415만6000원으로 의왕시청역 단지(3158만원)보다 8.2% 높다. 두 단지는 입지와 공급 층수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모두 1800가구가 넘는 브랜드 대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발코니 확장과 유상옵션 비용은 별도인 만큼 수분양자가 감당해야 할 실제 분양가 부담은 이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공사비 상승과 금리부담 증가 영향 속에 수도권 전반의 분양가는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는 공급면적 기준 3.3㎡당 6276만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34.2% 올랐다. 같은 기간 인천은 2212만8000원으로 21.8%, 경기는 2336만8000원으로 4.4% 각각 상승했다. 이 기간 수도권 평균 상승률은 24.0%로 전국 평균 5.0%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최근 2030세대의 수요 쏠림이 나타나고 있는 소형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서울의 전용 60㎡ 이하 평균 분양가는 3.3㎡당 6315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33.9% 올랐다. 이에 비해 전용 60㎡ 초과~85㎡ 이하는 5889만4000원으로 22.8% 상승했다.
추가적인 분양가 상승도 예상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잠정치)로 12개월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6.0%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에 안전관리 강화 등으로 공사기간까지 길어지면서 전체 사업비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주변 집값 상승 기대감도 분양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지목했다. 입지가 좋은 곳에서는 입주 시점의 가격상승 기대가 높은 분양가를 감수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주변 시세가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높아진 분양가가 다시 주변 시세에 영향을 주는 구조"라며 "분양가 오름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