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고 날까 불안한데 공사 언제 끝나나"…멈춰선 1년5개월·불안한 주민들

김지영 기자
2026.10.07 04:30

[MT리포트] 신안산선, 新안전선 될까 ②

[편집자주] 지난해 붕괴사고로 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신안산선 광명구간 공사가 약 1년 반 만에 재개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전면 재시공'을 약속했지만 주민 불안은 여전하다. 사고에 따른 행정처분과 주민보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신안산선 개통까지 남은 과제와 사고 후 쟁점을 짚어본다.
지난 1일 오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 /사진=김지영 기자

1일 오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현장. 쉴 새 없이 오가는 대형 덤프트럭 행렬 뒤로 안전모를 쓴 인부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지난해 4월 대형 붕괴사고 이후 1년5개월 가까이 멈춰 있던 현장이 비로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지역 주민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공사 재개에 대한 기대감과 사고 재발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1년 전 무너진 사고 현장… 불안만큼 커진 불편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사이 달라진 게 있다면 공사 안전에 대한 불안보다 공사 지연에 대한 불만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사고 당시에는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컸지만 이제는 공사가 더 늦어지는 것이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늘었다. 1년 넘게 이어진 공사 지연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과 출퇴근 부담과 같은 생활 불편이 누적된 결과다.

공사장 인근에서 영업하던 자영업자 A씨는 사고 이후 가게 문을 닫은 상태다. 건물 안전진단에서 보수·보강 필요성이 확인돼 포스코이앤씨와 건물보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영업보상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A씨는 "보상 협의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면서도 "이제는 차라리 공사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역 거주민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공사장 바로 앞에 거주하는 B씨는 "처음 사고가 났을 때는 불안했지만 지금은 몇 년째 이어지는 공사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신안산선 개통이 계속 늦어지는 것이 더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이 나온 데는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공사 중단'의 의미가 일반적인 공사 중단과는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고 발생 지역에서는 '공사 중단'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보수와 복구 작업이 이어졌고 지역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는 지난 1년여 간도 공사가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인근 상가 종업원은 "사고 이후에도 보수공사 등은 계속 진행돼 공사가 완전히 멈췄다는 느낌보다는 공사 기간이 길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고에 대한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안전하게 공사해달라'는 요구와 '이제는 제발 빨리 끝내달라'는 요구가 함께 커졌을 뿐이다.

지난 1일 오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사진=김지영 기자
여의도까지 30분까지라더니…멍드는 서남권

신안산선은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여의도를 잇고 시흥시청에서 광명을 연결하는 총연장 44.9㎞ 규모의 복선전철이다. 총사업비는 4조3055억원이다. 경기 안산·시흥 등 서남부권을 서울 여의도와 연결해 출퇴근 시간을 크게 줄이는 핵심 광역교통망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사업은 시작부터 완공까지 20년 넘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2003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뒤 2019년 착공했지만 토지보상과 인허가 등으로 일정이 늦어졌다. 지난해 4월에는 광명 일직동 구간에서 대형 붕괴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사업 일정이 다시 뒤로 밀렸다. 당초 지난해 4월이던 개통 목표가 올해 말로 미뤄졌지만 이마저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고 구간 복구와 안전성 검토가 이어진 데다 전동차 공급 일정에도 변수가 발생하면서 개통 시점은 여전히 미지수다.

안산·시흥 주민들이 기대했던 '여의도 30분대 생활권'의 기약도 그만큼 미뤄졌고 신안산선 개통을 전제로 수립됐던 경기 서남부권 지역 개발 공약들도 상당수가 좌초 위기에 봉착했다.

시공사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역량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광명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설계 과정의 하중 산정 오류와 검증 문제, 시공 과정에서의 지반 확인 및 현장 관리 미흡 등을 지목했다. 사실상 총체적인 인재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신안산선 현장에서는 근로자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여의도 4-2공구에서 철근 구조물이 무너져 작업자 1명이 숨졌고 올해 6월 관악구 3-2공구에서도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신안산선은 20년 넘게 기다려온 수도권 서남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다. 하지만 사업 지연에 사고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에게 신안산선은 '기대했던 교통망'인 동시에 '희망고문 같은 공사'가 됐다. 1년5개월간 커진 것은 사고에 대한 불안만이 아니다. 끝나지 않는 공사가 만들어낸 주민들의 피로도도 함께 커졌다.

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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