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공장 건설이 건설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올랐다. 공사물량 확대에 일정단축까지 겹치면서 인력을 늘려도 현장수요를 따라가기 벅찬 모습이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공정 난도가 높고 시공경험이 필요한 만큼 수행 가능한 건설사도 제한적이어서 인력확보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사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인력충원에 속도를 낸다. 반도체 현장에 인력을 우선 배치하고 추가 충원도 이어가지만 수요를 채우기에는 부족해 주택사업에 투입할 여력까지 빠듯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첫 반도체 생산공장의 클린룸 오픈 목표를 당초 2027년 5월에서 같은 해 2월로 3개월 앞당겼다. 생산공장 4기의 건설완료 목표도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앞당겼다. 첫 공장의 공사일정이 단축되고 후속공장 건설도 빨라지면서 건설인력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확보한 공사물량도 상당하다. 올해 6월말 기준 SK에코플랜트의 용인 클러스터 1기 Ph-4 IBL 팹(FAB)과 용인 클러스터 1기 구축공사, 청주 P&T7 신축 프로젝트, 용인 팹 1기 지원시설 등 주요 반도체 공사 4건의 계약잔액은 9조4214억원이다. 이들 개별 공사의 준공일정은 2027~2028년에 걸쳐 있다. 올해 상반기 하이테크 매출도 3조30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3.7% 증가했다.
늘어난 일감에 대응하면서 인력확충도 반도체·AI(인공지능) 인프라부문에 집중됐다. SK에코플랜트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테크 직원은 지난해 6월말 987명에서 올해 6월말 1350명으로 36.8% 늘었다. 전체 직원 증가율인 16.6%의 2배를 웃돌면서 하이테크 인력비중도 28.4%에서 33.3%로 높아졌다.
하이테크부문은 정규직과 기간제를 모두 늘렸다. 같은 기간 정규직은 645명에서 829명으로 28.5%, 기간제는 342명에서 521명으로 52.3% 증가했다. 지난 6월 모집한 신입 구성원 68명도 전원 하이테크부문에 배치할 예정이다. 기존 인력을 늘린 데 이어 신규 채용인력도 반도체·AI 인프라사업에 투입하는 셈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최근 하이테크 인력풀 확대와 관련, "반도체 사업확대에 따른 수주물량 증가에 대응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역시 반도체와 주택사업을 병행하며 건설인력을 확충한다. 건설부문 직원은 지난해 6월말 5751명에서 올해 6월말 6298명으로 9.5% 증가했다. 기간제가 1177명에서 1715명으로 45.7% 늘어 증원을 주도했다. 정규직은 4574명에서 4583명으로 0.2% 증가했다.
삼성물산의 반도체 현장에도 수조 원의 공사물량이 남아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평택 P5 신축공사와 P4 공사 2건, 미국 테일러 팹1 신축공사, 평택 팹 개보수 2차, P5 팹2 신축공사 등 주요 반도체 공사 6건의 계약잔액은 총 5조4141억원이다.
주택부문의 인력수요도 이어진다. 삼성물산은 반도체와 주택부문을 나눠 운영하지만 주택부문에서도 인력이 부족해 추가 채용을 이어간다. 반도체 공사뿐 아니라 기존 주택현장을 운영할 인력도 지속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의 올해 9월말 정비사업 수주액은 7조3370억원으로 GS건설을 앞선 업계 2위다. 확보한 사업들이 인허가와 이주를 거쳐 순차적으로 착공하면 주택부문의 인력확보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일반 건축물보다 공정관리와 품질기준이 까다로워 경험 있는 인력과 협력망 확보가 중요하다. 이미 예정된 반도체 공사물량에 후속공장 건설, 주택사업 착공일정까지 맞물리면 현장간 인력배분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예상되는 반도체 물량만으로도 앞으로 10여년 일감은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