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 만기 시 돌려받는 턱없이 낮은 보증금으론 주변 전·월세조차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장기전세주택에서도 분양전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기존 분양 세대와 임차 세대 간 자산 격차가 커지자 입주민들이 분양전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강남자곡힐스테이트 505동 주민들은 최근 LH에 분양전환을 요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같은 단지 내 다른 동과 달리 505동만 분양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임차인대표회는 "지난 10년 사이 서울 집값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등하면서 입주 초기에는 크지 않았던 분양 세대와의 자산 격차가 10억원 이상 벌어졌다"며 "같은 시기 입주한 같은 단지 이웃인데 특정 동만 분양 전환에서 제외되는 건 결코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LH와 장기전세 세대에 대한 합리적인 분양전환 방안을 협상하겠다"며 "선제적으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차인대표회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LH에 공식적으로 분양전환을 요구할 예정이다.
'분양 전환' 예외 인정, 전국 1900가구로 번질까
2015년 6월 첫 입주를 시작한 강남자곡힐스테이트는 총 5개 동, 1339가구 규모다. 이 중 501~504동은 10년 공공임대·분납임대주택으로 공급됐다. 앞서 LH는 해당 동을 대상으로 입주 5년 차인 2020년부터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조기 분양전환을 진행했다. 거주 중인 임차인들의 분양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결정이었다. 실제로 당시 전용면적 59㎡ 조기 분양전환 가격은 약 7억원대로 시세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이와 달리 505동은 분양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505동 370가구는 일정 소득·자산 요건을 충족한 무주택가구 구성원에 최장 20년간 전세 임차하는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됐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2023년의 추가 입주자 모집 사례를 보면 해당 단지 장기전세 임대보증금은 최소 9006만원(전용면적 23㎡)에서 최대 2억2915만원(전용면적 59㎡)이다. 다른 동 전용 59㎡의 전세 보증금이 7억~8억원을 호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시세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주하는 상황에서도 505동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건 조기 분양전환한 다른 동의 매매가가 더욱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분양전환된 다른 동의 전용 59㎡는 15억8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체결됐다. 조기 분양전환 때보다 2배 넘게 가격이 뛴 셈이다. 임차인대표회가 형평성을 언급하며 "제도 설계의 실패"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다만 현실적으로 505동 370가구의 분양전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올해 기준 LH의 장기전세주택은 1899가구 수준이다. 강남자곡힐스테이트 505동의 분양전환이 허용될 경우 다른 단지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 LH 관계자는 이번 분양전환 요구와 관련, "장기전세주택의 20년 임대의무기간 도과 후 임대 운영 여부는 당시의 정책 상황, 공사의 사업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서울시와 SH가 공급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내년부터 20년 만기를 채운 310가구의 퇴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 임대 연장 및 분양 전환 요구가 제기된 것.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의 분양전환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비양심적인 억지"라며 "장기전세주택 입주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많고 이들 역시 서울 시민인 만큼 서울시는 만기 후 퇴거에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