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주거를 제공해야 하는 공공임대와 재무 부담을 줄여야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딜레마가 보편형 공공임대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H 임대사업 부문 매출총손실이 지난해 2조7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는 중산층까지 입주 대상을 넓힌 공공임대 19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임대료를 어느 수준으로 책정하느냐에 따라 LH의 재무 부담 완화와 공공임대의 가격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어 세밀한 정책 설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LH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 임대사업 부문 매출총손실은 2021년 1조7934억원에서 2025년 2조7383억원으로 5년 새 52.7% 증가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는 올해 손실이 약 3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도 나왔다.
임대주택은 저렴한 임대료로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공공성이 큰 사업이다. 하지만 임대료 수입만으로 건설비와 운영·수선 비용 등을 모두 충당하기는 어렵다. 손실 누적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필연적인 구조다. 그간 LH는 택지 판매와 분양주택 사업 등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임대사업 손실을 보전해 왔다. 그러나 주택 공급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직접 개발로 노선을 선회하면서 이 같은 형태의 손실 보전도 힘들어졌다.
이성훈 LH 사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보편형 공공임대가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임대주택 물량이 늘어나지만 상당 부분은 보편형 공공임대"라며 "(임대조건이) 시세에 육박하는 수준이라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존 저소득층 중심의 공공임대보다 임대료를 높게 책정해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보편형 공공임대의 임대료 수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임대료와 소득·자산 기준 등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통합공공임대보다 임대료를 높이는 방향은 검토하고 있지만 시세에 얼마나 근접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한 주거안정플랜에 따르면 정부는 보편형 공공임대를 2030년까지 19만가구 공급할 계획이다. 보편형 공공임대는 중산층까지 공공임대 공급 대상을 넓히는 취지인 만큼 정부는 역세권과 도심 등 선호 입지에 중형 주택을 공급하고 민간주택 수준의 마감재와 평면을 적용해 주거 품질을 높일 방침이다. 소득·자산 기준을 조정해 입주 대상을 확대하고 기본 6년,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질 좋은 평생주택'을 추진해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구체화했다. 기존 통합공공임대는 일반공급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까지 입주할 수 있으며 임대료는 소득에 따라 시세의 35~90% 수준으로 차등 적용했다. 최장 30년 거주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합공공임대는) 실제 입주자 가운데 중위소득 100% 이하 계층이 많아 중산층까지 수혜를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보편형 공공임대는 기존 제도의 정책 방향을 이어가면서 중산층의 주거 수요까지 포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편형 공공임대의 관건은 LH의 재무 부담을 줄이면서 중산층이 체감할 수 있는 주거비 혜택을 확보하는 데 있다. 임대료를 높이면 LH의 수입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민간 임대와의 가격 차이가 줄면 입주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임대료를 낮게 유지하면 공공성은 커지지만 손실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편형 공공임대의 임대료율과 소득·자산 기준 등 세부 방안을 검토해 연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