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임 결정으로 지주사 중심의 ‘친(親) 회장’ 세력과 은행 중심의 ‘반(反) 회장’ 세력 간 갈등은 폭발 직전인 모습이다. ‘외부 낙하산’ 평가를 받는 김 회장에 대해 은행 기득권이 지배구조를 거스르면서까지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대구은행 내 뿌리 깊은 대구상고(현 상원고)와 경북고 간 파벌 싸움도 내분의 숨은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이사회는 지난 11일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하면서, 다른 은행 출신 후보자들의 결격 사유에 대해 “은행에서 추천한 후보자 2명을 포함한 6~8명을 심의한 결과 채용비리, 비자금, 펀드 손실보전 관련 등으로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이사회는 지난 11일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하면서, 다른 은행 출신 후보자들의 결격 사유에 대해 "은행에서 추천한 후보자 2명을 포함한 6~8명을 심의한 결과 채용비리, 비자금, 펀드 손실보전 관련 등으로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은행 후보 '부패' 논란에 부적격 판단=이사회가 지목한 은행 추천 두 명은 박명흠 전 대구은행장 대행, 노성석 전 DGB금융 부사장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행은 구속된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 대한 임금 지급 논란, 노 전 부사장의 경우 수성구청 펀드손실 사건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제재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외 은행 출신 후보자들 역시 박 전 회장 재임 당시의 각종 의혹과 연루될 수 있는 만큼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박인규 체제’와 완전히 자유로운 새 인물이 필요했다는 게 이사회의 판단이다.
이는 그룹의 최대·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까지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DGB금융의 올 3분기 말 누적 당기순이익은 2786억원이었는데 같은 시기 대구은행의 순이익은 2811억원으로 더 많았다. 그룹 내 은행의 절대적인 위상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은행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허수아비’ 회장에 불과하다. 실제로 2011년 DGB금융 출범 후 1·2대 회장 모두 은행장을 겸임했다.
◇'낙하산' 논란 김태오 회장 '은행도 친정체제' 승부수=김 회장은 비(非) 대구은행 출신 외부인사로서 낙하산이라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옛 보람은행 출신이지만 KEB하나은행에 피합병된 후에도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신임을 얻어 지주사와 은행에서 요직을 거쳤고, 하나HSBC생명 사장까지 지냈다. 덕분에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정권교체 수혜를 받은 이른바 ‘김승유 사단’ 일원으로 거론돼 왔다. 김 회장이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최근까지도 행장 겸직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겸직을 위한 사전 준비는 진행돼 왔다. 특히 은행 이사회에 있던 행장 추천권을 지주사로 가져왔다. 그 동안 DGB금융은 대구은행과 DGB생명을 제외한 자회사에 대해서만 CEO(최고경영자)를 추천해 왔는데, 지난해 10월 두 개 자회사 CEO 역시 지주사가 추천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은행 이사회와 노조는 ‘김 회장의 겸임 포석’이라고 반발했지만 김 회장은 “회장·행장 분리가 원칙”이라며 진화했다. 지난주 겸직 결정에 은행에서 “말 바꾸기”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그러나 일련의 지주사 행보를 두고 지배구조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DGB금융이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 자회사인 만큼 지주사가 행장 추천권을 포기하는 게 오히려 책임경영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만에 하나 지주사의 김 회장 추천을 은행 이사회가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지배구조’에 타격이 된다.
◇'신주류' 경북고 vs '구주류' 대구상고 파벌 싸움 고조=금융권에선 DGB금융 내분의 또 다른 핵심 배경은 ‘파벌 싸움’이라고 보고 있다. 그간 대구은행에서는 지역 유력 학맥인 경북고와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이 경쟁해 왔는데 대구상고 출신인 박 전 회장의 퇴진, 경북고 출신인 김 회장의 등장과 맞물려 양측이 다시 한 번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인다는 평가다. 최근 수년간 DGB금융과 대구은행에선 박 전 회장의 출신학교인 대구상고, 영남대 출신 인사들이 유독 승승장구하며 그룹 내 주요 임원과 간부급까지 대거 포진했다.
그러나 김 회장 취임 후 단행된 지난해 7월 인사에서 퇴임 임원 11명 중 9명이 대구상고·영남대 출신의 이른바 ‘박인규 라인’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대구은행 내 경북고 인맥도 역대 11명의 은행장 중 4명을 배출할 정도로 상당한 실력을 갖춰 앞으로도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구상고는 지역의 명문 학교로 한국은행 총재와 타 시중은행장을 배출할 정도로 지역 금융권의 ‘명가’였고, 1980년대까지는 대구은행 신입 직원 내 비중도 절반에 달할 정도였지만 박 전 회장 이전에는 단 한 명의 행장도 배출하지 못했다”며 “박 전 회장 퇴진으로 숨죽이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 내 최대 인맥인 만큼 새 주류가 된 경북고와의 신경전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