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도 몰랐던 미래에셋생명 '버크셔 모델' 과감 행보

이창명 기자
2026.03.31 16:10

자사주 대량 소각에 리벨리온 투자까지…'한국형 버크셔 해서웨이' 모델 원년 선언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사진=뉴시스

"한국형 버크셔해서웨이 모델을 완성하겠다."

지난달 23일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이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처음으로 버크셔해서웨이를 언급했다. 당시 미래에셋생명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발언이어서 많이 놀랐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 부회장의 '한국형 버크셔해서웨이' 모델 언급 한 달 만에 미래에셋생명이 대규모 주식소각과 함께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기업인 리벨리온에 투자를 단행하며 실행에 들어갔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초 이사회를 통해 보유 자사주의 93%인 6296만주를 소각키로 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31.8%에 달하는 규모이다. 약 1만7000원을 오가는 주가를 고려하면 약 1조원에 해당한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물량을 줄여 주당 가치를 즉각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 주식소각에 따라 지난 26일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일시 매매정지가 이뤄지기도 했다.

미래에셋생명은 국내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리벨리온' 지분투자도 결정했다. 미래에셋생명이 투자 대상을 과감히 공개한 것도 처음이지만 보험사가 보수적인 자산 운용에서 벗어나 미래 먹거리인 AI 인프라 시장에 직접 '자기자본투자(PI)'를 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미래에셋생명 한국형 버크셔해서웨이 모델 행보/그래픽=이지혜

미래에셋생명의 과감한 행보를 두고 미래에셋그룹이 그리는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퍼즐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증권과 자산운용을 통해 시장에 대응해왔다면 보험사인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자산의 특성상 10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초장기 투자가 가능한 모델이다. 워런 버핏이 이끌어온 버크셔해서웨이도 보험업과 투자업을 결합해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미래에셋생명은 현재 변액보험 중심으로 약 13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원금보장 등을 공시한 경쟁사들의 연금보험과 달리 손실도 가능한 변액보험 중심으로 차별화에 나서 존재감을 부각시켜 왔다. 아직 명확한 투자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벨리온 투자를 시작으로 앞으로 글로벌 투자를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이와 같은 미래에셋생명에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생명 임직원들에게 매번 '연금'과 '노후'에 대한 사업 방향을 강조해왔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올해는 보험업과 투자업을 결합한 '한국형 버크셔해서웨이' 모델을 안착시키는 원년으로 내부에서 정했다"며 "이번 리벨리온 투자를 시작으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기업들을 더 발굴해 투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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