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약탈적 금융"이라 지적한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 문제가 일단락됐지만 대부업계의 긴장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상록수 이슈가 새도약기금 참여에 소극적인 대부업권을 향한 정부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업권 상위 30개 업체 중 현재까지 새도약기금에 참여한 곳은 15곳에 불과하다. 지난 1월 새도약기금 협약 가입 대부업체가 13곳이었는데 넉 달 새 2곳밖에 늘지 않았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 5000만원 이하 무담보 개인 채권을 매입한다. 대부업권이 보유한 '7년 이상·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 6조8000억원 중 채무 조정 채권을 제외한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 채권은 4조9000억원이다. 상위 30개 대부업체가 이 대부분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권 협조 없이는 새도약기금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날 이 대통령은 23년 전 카드 대란 사태 수습을 위해 만들어진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를 두고 "지금까지 참 악착같이 추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한카드·하나은행·KB국민은행·우리카드 등 금융사들은 상록수가 보유한 자사 장기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민간 배드뱅크도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넘기는 상황에 대부업권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대부업권이 상록수 사태를 남 일처럼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대부업권이 새도약기금 참여에 비협조적인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새도약기금의 채권 매입가율은 평균 5% 수준이다. 하지만 대부업권은 매입가율이 20~25%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대부업권 채권 매입가율은 최근 몇 년간 크게 뛰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권 평균 채권 매입가율은 2022년 19.5%였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33.4%까지 올랐다. 100만원 채권을 33만4000원에 샀는데 새도약기금에는 5만원에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매입가율 33.4%는 대부업 전체 평균이고, 새도약기금 대상인 장기연체채권은 이보다는 가격이 더 저렴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새도약기금 참여 대부업체에 개인 연체채권 매입 펀드 매각 허용, 우수 대부업체에는 은행권 차입 기회를 열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또 앞으로 매입채권 추심 대부업 등록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가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부업권으로부터 새도약기금 참여 협조를 받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상록수가 문제 제기됐을 때 우리 업권으로 불똥이 튈까 우려가 됐다"며 "정부의 경고성 언급으로 느꼈다. 이번 이슈를 기점으로 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로 일괄적으로 매각하라고 하니 가격이 안 맞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메리트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매각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