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AI는 '보험 추천' 못하는데… 챗GPT는 상품명까지 술술

이창섭 기자
2026.06.23 15:20

핀테크 AI 상담, 금소법상 직접 상품 추천 못해
챗GPT와 같은 해외 AI는 상품명 언급하며 추천
잘못된 정보 제공 위험… "검증된 플랫폼에 AI 추천 허용해야"

보험 상품 추천 관련 금융 규제/그래픽=김지영

보험상품 추천에서 해외 범용 AI(인공지능)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내 핀테크 AI는 소비자의 보장 내역을 분석하고도 보험을 추천할 수 없지만 챗GPT와 같은 해외 모델은 구체적인 상품명까지 언급하며 가입을 권유할 수 있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검증된 플랫폼에서의 AI 중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핀테크 업계는 고객의 보험 분석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의 생성형 AI 기반 '페이아이'가 있다. 페이아이는 고객이 보험 분석을 요청하면 현재 가입한 상품이 특정 질환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지 분석하고 비슷한 연령대의 평균 보험료 등을 비교해준다.

해빗팩토리도 자사 앱(애플리케이션) 시그널플래너에서 보험 AI 상담을 제공한다. 고객은 시그널플래너에서 보험 보장을 분석 받고 AI 챗봇에 관련 내용을 질의할 수 있다.

정작 고객은 AI로 보험 분석을 받아도 상품에 바로 가입할 수 없다. 핀테크는 보험 분석을 마친 고객을 설계사에 연결하기만 한다. 보험 계약 체결을 직접 중개할 수 없어서다.

보험업법상 보험 계약 체결과 중개는 보험 설계사·대리점·중개사 등만 할 수 있다. 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아닌 사람의 금융상품 판매업 영위를 금지하며 보험상품을 취급하려면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서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챗GPT, 제미나이와 같은 해외 생성형 AI는 이런 금융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 AI는 보장 분석을 넘어 구체적인 보험 상품까지 추천해 줄 수 있다.

실제로 챗GPT에 현재 보험 가입 내역을 설명해주고 '건강보험 상품 중 가입해볼 만한 게 있느냐'고 묻자, 챗GPT는 "가장 큰 빈틈은 뇌·심장 보장 범위"라며 "암·뇌혈관질환·허혈성심장질환 진단비를 보완하는 건강보험을 가장 추천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메리츠화재 무배당 올바른 100세건강보험2604', '한화생명 걸음e건강보험 무배당', '현대해상 퍼펙트플러스종합보험'과 같은 구체적인 상품명을 언급했다. 금소법상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 등록 없이도 보험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해외 범용 AI 모델은 할루시네이션(환각)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잘못된 상품 정보가 제공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이 챗GPT에게서 잘못된 보험 정보를 제공받았다가 이후 설계사 상담 과정에서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는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검증된 플랫폼'에서 AI 상담과 추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핀테크는 소비자 마이데이터와 보험 특화 AI를 결합해 해외 범용 모델보다 더 정교한 상담 및 추천을 제공할 역량이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해외 생성형 AI는 국내 규제 준수 의무 없이 한국어로 정교한 상담을 진행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안전장치를 갖춘 업체만 폭넓게 (상품 중개를) 허용하되 사고 발생 시 엄중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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