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전환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기계적으로 따라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경제 여건과 금융 안정 상황을 종합해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총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2026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 현장에서 국내 언론사 뉴욕특파원들과 만나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기조연설에 대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한 상당한 시사가 담겼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국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이같이 선을 그었다.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이 구체적인 금리 경로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지난 7월 FOMC 기자회견 당시보다 한층 구체적이고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7월에는 '2% 물가 목표'라는 연준의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했다면 이번 연설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너무 높고 △목표치를 웃돈 기간이 65개월째로 장기간 지속됐기 때문에 △정책 수단으로서의 금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이 (역대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과 달리) 구체적인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나 점도표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와 정책 수단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시장에 끌려가지 않고 중앙은행으로서 중심을 잡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잭슨홀 연설 직후 채권시장에서 단기채 금리가 오르고 주식시장이 소폭 강세를 보이다가 약세로 돌아서 마감한 것도 시장이 연준의 신뢰와 주도권을 다시 인정하기 시작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다만 연준의 행보가 한국 통화정책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단순히 한미 금리차를 산술적으로 계산해 특정 임계치를 넘었다고 기계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앙은행의 정책 의도와 전체적인 기조, 국내 금융 안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국 금리의 기계적인 연동을 경계하면서도 미국의 추가 인상이 한국은행의 정책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정책 방향이 바뀌는 상황에서 환율과 물가, 부동산 시장, 가계부채 등 국내 금융의 불균형 요소를 함께 점검하면서 최적의 정책 조합을 찾겠다는 의미다.
신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70원 안팎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데 대해선 원화 탄력성과 한국은행의 정책 신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원화가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는 데 대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면서 외환시장의 중심을 잡았고 그에 따른 신뢰가 시장에 형성이 된 결과"라고 평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2.5원에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7월 24일(1367.2원) 이후 1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헀다.
신 총재는 한국이 매년 미국에 집행하기로 한 200억달러의 투자액이 원/달러 환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한 것"이라며 "7월 기준 427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나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달러 유입 등 단기 수급 요인만으로 최근 환율 변동을 설명하는 데 대해서는 경계감을 나타냈다. 신 총재는 "한국에서 환율은 단순히 교역 조건만 나타내는 상대가격이 아니라 경제 전체에 대한 신뢰와 위험 선호를 반영하는 지표이자 금융·통화제도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과거 평균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결국 적정 수준은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