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하는데, 수신은 없고"…은행권, 채권 발행 늘렸다

김도엽 기자
2026.09.03 17:00

-전년보다 38% 채권 발행 확대…"생산적 금융과 가계대출 확대에 따라 자금 조달"
-특히 하반기 발행 집중…"더 발행하려 해도 수요 한계"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 추이/그래픽=김지영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이 크게 늘어났다. 가계·기업대출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증시 호황으로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면서 부족한 자금을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는 모습이다. 특히 수신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IBK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은행채 발행이 급증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은행권의 은행채 누적 발행액은 18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2조6040억원보다 38.3% 증가했다.

은행채는 은행이 만기와 금리를 정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예금과 함께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은행별로 보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의 발행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기업은행은 지난 2일까지 49조4200억원의 은행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조57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산업은행도 같은 기간 43조2100억원을 발행해 지난해 18조800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에 따라 정책금융을 공급해야 하는 특수은행이 자금조달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한다. 대출 등 여신 자산이 크게 늘어난 반면 상대적으로 고객 기반이 약해 예금 등 수신 자산 증가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은행의 저축성예금은 지난해 말 75조399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5조8118억원으로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여신은 261조8785억원에서 270조5억원으로 3.1% 증가했다.

산업은행도 비슷하다. 총수신은 지난해 말 68조4749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1조4147억원으로 4.3% 증가했지만, 기업대출은 197조2449억원에서 207조546억원으로 5.0% 늘며 수신 증가폭을 상회했다.

특히 올해 은행채 발행 증가분은 하반기에 집중되고 있다. 은행권 전체 은행채 발행액 183조5000억원 가운데 6월 이후 발행액은 80조2100억원으로 전체의 43.7%를 차지했다. 순발행액으로 보면 집중도가 더 높다. 올해 은행채 순발행액은 32조3382억원인데 이 가운데 6월 이후 순발행액이 25조9982억원으로 전체의 80.4%에 달한다.

이는 하반기 들어 시중은행들도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만기가 돌아온 은행채가 많았던 데다가, 증시 호황으로 예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부족해진 수신을 보완하기 위한 의도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은행채 발행 규모는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19조100억원이었으나, 6월 이후 약 3개월 동안 24조9000억원을 발행했다.

특히 최근에는 가계대출 수요 확대에 따른 은행채 발행도 함께 늘고 있지만, 은행채를 사려는 투자 수요는 상대적으로 적어 은행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채권은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여서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이 채권 매수를 서두르기 어렵다. 특히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금리 움직임을 지켜보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발행금리를 높이면 투자자를 모을 수 있지만 그만큼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다.

은행권 관계자는 "5월까지 은행채 순발행이 감소하다보니 6월 이후로 은행채 발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은행들은 더 발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미-이란 전쟁 이슈 등으로 수요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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