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업계의 '제 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과 단기실적 중심 성과평가 관행에 대한 수술에 나선다. 금감원은 CEO(최고경영자)와 주요 임원의 KPI(핵심성과지표)를 바꿔 근본적인 개혁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은 9일 보험회사와 생명·손해보험협회, 보험연구원 등 관계기관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회사 성과평가 관행 개선 워크숍'을 개최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계리가정 선진화 가이드라인 마련, 보험 판매수수료 비교공시, GA(보험대리점) 설계사에 대한 '1200%룰' 적용 등 보험업권의 모집질서와 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을 잇따라 추진했다. 금감원은 개별 영업·상품 관련 제도개선에서 한발 더 나가 이번에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성과평가체계 자체를 손보기로 했다.
보험업계에서 과당경쟁과 소비자 피해사례가 반복되는 배경에 '제 살 깎아먹기'식 단기성과 중심의 성과평가체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보험영업에서는 과도한 사업비 집행이 과당경쟁과 불완전판매로 이어지고 상품개발 과정에서는 단기실적을 겨냥한 고환급 단기납 종신보험 같은 상품의 해지가 급하게 늘면서 장기적으로 유동성과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회계 측면에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낙관적인 계리가정으로 당기 실적을 끌어올린 뒤 대규모 예실차로 손익이 급감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보험사의 회계·재무건전성에 대한 신뢰문제가 제기됐다.
실제 금감원이 주요 보험사 CEO의 KPI를 점검한 결과 대다수 회사가 수익성과 성장성을 평가할 때 단기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계리가정에 따라 미래에 발생할 손실은 당시 경영진 평가에 반영하지 않아 낙관적인 계리가정이나 과도한 사업비 집행을 유인할 우려도 있었다.
예실차와 기본자본비율, 듀레이션갭 관리 등 중장기 건전성을 고려한 지표 설계도 부족했다. 소비자보호지표의 반영 비중은 낮았고 일부 정성평가지표는 객관적인 측정과 평가가 어려운 항목으로 운영됐다.
상품개발·판매·보상 등을 담당하는 주요 임원의 평가체계에도 개선점이 발견됐다.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성과지표와 잘못된 상품설계에 대한 사후 불이익이 미흡했다. 영업담당 임원 평가는 단기 유지율 중심의 평가로 이뤄져 장기계약 유지 유인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상담당 임원의 경우 '손해율 관리항목' 등이 성과평가에 포함돼 보험금 부지급 유인을 높이고 소비자 이익과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지선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은 "보험회사의 성과평가체계가 단기실적 중심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시계에서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재무건전성, 소비자 이익을 고려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라며 "보험업계가 자율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적 지원과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결과와 검사 지적사례, 해외 사례를 토대로 보험업권이 올해 시범 운영 중인 '경영진 보상체계 모범관행'을 보완할 예정이다. CEO 간담회 등을 통해 최고경영자가 소비자 중심 가치와 중장기 관점의 성과평가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