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민원 서류 대신해서 척척"..금융민원 왜 늘었나 했더니 'AI 명암'

권화순 기자
2026.09.27 06:10

"AI에 물어본 것인데, 왜 이렇게 보험금 지급이 안되나요?"(금융소비자)

AI(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 민원 제기가 활발해지면서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들이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AI 덕분에 소비자의 민원 제기가 용이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민원량이 폭증하는 등 분쟁의 갈등을 키우는 요인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손해보험사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2만8562건으로 3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9% 급증했다. 금융권 전체 기준으로는 지난해 연간 12만8419건의 민원이 접수돼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전체 금융민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에 방점을 찍고 전 금융권이 노력했음에도 금융민원 숫자는 역주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민원이 급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생성형 AI 활용 확산을 꼽고 있다. 민원 제기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관련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최근 신청서를 AI로 작성하는 민원인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AI에 민원 작성법을 의뢰하면 작성 예시와 증빙자료, 민원 접수 방법 및 관련법 해석 등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체 민원 중에서 AI를 활용한 민원이 얼만큼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AI로 문서를 작성한 경우는 분량이 길기 때문에 워드파일로 첨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접수된 민원 내용을 보면, 민원인이 AI에 질문한 내용까지 포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복잡한 금융민원을 AI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부정확한 법률 해석이나 인용으로 인해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민원인이 부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보험금 지급을 요구할 경우, 이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도 납득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면 AI를 활용해 같은 내용을 다른 문서로 작성, 반복해서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AI를 통해 간단한 의문은 해소가 되기 때문에 금융회사 콜 센터에 복잡한 법리 문제를 문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엔 콜센터 직원들이 즉답을 못하기도 한다. 민원은 늘고 있지만 금융회사의 대응 속도는 기대 수준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호소도 나온다.

민원과 별도로 AI로 병원에서 발급받는 입통원 확인서를 위조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위조한 문서로 11개 보험사에서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가로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의료기관과 정비공장, 브로커 모집인 등이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했다. 보험 가입부터, 사고 처리, 보험금 청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서류를 위변조하는 경우다.

과거에는 영수증이나 진료기록을 수작업으로 조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미지를 새로 만들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를 눈으로 탐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AI를 활용해 보험사기를 적발하거나 민원처리 속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점도 많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기 AI 플랫폼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병원 정보와 보험금 신청 및 지급 정보, 수사기관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회사는 AI 기반의 민원 대응 체계를 고도화 해 민원 처리 속도를 대폭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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