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의 청라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지난 2012년 하나드림타운 계획을 수립한 뒤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 구축에 이어 올해 헤드쿼터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연말까지 총 10개 그룹사의 4000명의 인력이 인천시 청라로 이동하게 된다. 단순히 서울에서 인천으로 지리적 위치만 바꾼건 아니다. 금융회사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5G 인프라로 '연결'과 '소통'에 최적화된 공간을 만들었다. 관계사와 부서간 물리적 허들을 낮추고 직원들 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업무공간을 설계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14일부터 지주와 계열사의 청라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1차로 하나금융지주 전 직원을 비롯해 하나은행, 하나금융티아이 직원이 일부가 이전했고 2차로 하나에프앤아이 전직원이 청라로 이동했다.
다음 달엔 하나은행· 하나캐피탈이, 11월부터는 하나생명·하나증권·하나펀드서비스·하나카드·하나저축은행 등이 순차적으로 자리를 옮긴다. 연말까지 10개 관계사 2200여명의 임직원이 청라로 이동하면서 기존 데이터센터 인력 1800명을 포함해 총 4000명의 인력이 청라에서 근무하게 된다.
청라 헤드쿼터는 지하 7층~지상 15층으로 12만8503㎡ 규모를 자랑한다. 층별 전용 면적은 약 1100평으로 기존 명동사옥 대비 약 3배에 달한다. 1층 로비는 내달 2일 진행하는 헤드쿼터 오픈 기념 세러머니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3층부터 7층까지는 하나은행이, 10층은 하나애프앤아이·하나금융티아이, 11층엔 하나증권·하나캐피탈·하나펀드서비스, 12~13층엔 하나카드가 입주한다. 14~15층엔 하나금융지주 직원들이 입주하며 함영주 회장의 집무실은 15층에 배치된다.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관계사별로 나뉜 사무공간보다 건물 전체를 연결하는 동선이다. 1층부터 15층 옥상 테라스까지는 외부 경사로를 통해 이어진다. 15층 테라스로 들어온 자연광이 지하 1층까지 내려오도록 설계했고, 건물 내부에도 3~7층, 10~14층을 연결하는 내부계단을 뒀다. 관계사별로 층은 구분돼 있지만 직원들이 층과 층 사이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노트북 하나면 어디서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자유도를 높였다. 7층 스마트 워크센터에는 금융권 최초로 5G 무선환경을 구축하고 노트북 기반의 업무환경을 조성했다. 직원들은 자기 자리를 떠나서도 클라우드 PC, 메신저, 소프트폰 등을 활용해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를 볼 수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팀 단위로 더 자유롭게 근무도 할 수 있고 회의도 가능하다"며 "자율좌석 시스템과 클라우드로 어느곳에서든 업무를 할 수 있게끔 물리적 환경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주변에 식당 등 상업 인프라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만큼 점심시간에는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8~9층에 위치한 구내식당에서는 창문 밖 외부 경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지하1층으로 내려가 남은 점심시간동안 카페나 피트니스 시설을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하나금융은 스포츠 마사지 4개룸, 캡슐룸 60개 등 웰니스 공간도 마련해 편의를 높였다.
헤드쿼터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통합데이터센터가 있다. 2017년 지어진 데이터센터는 지하 1층~지상 16층으로 약 6만6000㎡규모다. 은행·증권·카드 등 관계사의 IT 시스템을 한 곳에 모았다.
통상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실을 지하에 두지만 하나금융은 지상에 배치했다. 인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해일 등 자연재해로 인한 침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전산실은 3~6층까지 배치돼 있다. 한 층당 650개 랙이 들어가는 면적이다. 7층에는 GPU 서버를 깔아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전력·소방·기계 등 주요 설비를 최신식 IBS 시스템을 통해 24시간 통합 관리한다. 주요 기반 설비를 이중화하고 한국전력에서 이상이 생기더라도 끊임없이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무정전전원장치(UPS)를 구축해뒀다.
통합보안관제센터는 북한, 중국, 러시아 국가를 배후에 둔 해커조직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그룹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느껴 2012년 구축됐고 2017년 청라로 옮겨왔다. 현재는 센터 내 35명의 전문가가 2교대로 24시간 해외법인을 포함한 22개 관계사의 보안 현황을 모니터링한다. 대시보드엔 실시간으로 관계사들의 공격시도와 트래픽 등이 띄워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 하루 평균 10억건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밀 분석을 통해 100건의 해킹 공격을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룹 AI 싱크탱크인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데이터 분석을 비롯해 AI 투자전략, 자연어 처리, 이미지·문서 인식, 블록체인 등 금융산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는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와 신용평가, 상담 자동화, 금융문서 처리 등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