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서민금융 지원 성과를 대출 공급액이나 이용자 수뿐 아니라 차주의 실질적인 생활 변화까지 살펴보는 방식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대출을 받은 뒤 월세나 생활비 부담이 줄었는지, 폐업 위기를 넘겼는지, 경제적 불안이 완화됐는지를 측정해 금융상품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5일 김성욱 부원장 주재로 '중소금융업권 포용금융 체감성과 측정·환류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개최했다.
그동안 포용금융 성과는 주로 대출 공급액과 이용자 수, 연체율 등 계량지표를 중심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금융소외계층의 경제적 자립과 생활안정이라는 포용금융의 본래 목적을 제대로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기존 공급실적과 건전성 지표에 차주가 체감하는 '삶의 질 변화'를 추가하기로 했다. 평가 영역은 △필수생활 유지 △경제활동 지속 △위기대응력·생활자율성 확보 △심리적·생활안정 등 4가지다.
구체적으로 대출을 받은 뒤 월세·공과금·식비·의료비 등 필수 지출을 미루는 일이 줄었는지 살펴본다. 금융 문제로 구직이나 학업, 사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감소했는지도 평가한다. 경제적 이유로 일상적인 선택을 포기하는 일이 줄었는지, 돈 문제로 인한 불안과 심리적 압박이 완화됐는지도 측정 대상이다.
평가는 모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금융회사가 대출 시점에 차주의 생활 상태를 조사한 뒤 6개월과 1년 후, 만기 연장 시점 등에 같은 항목을 반복 조사해 변화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예컨대 소상공인에게는 대출자금이 사업장 유지나 폐업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묻는다.
평가 결과는 금융회사의 상품과 서비스 개선에도 활용된다. 성과가 우수한 금융상품은 다른 회사와 업권으로 확대하고 성과가 부족한 상품은 설계를 보완할 계획이다. 불법사금융 이용자를 위한 대환대출에 재무상담을 결합하거나 소상공인 대출에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 등이 상품 개선 사례로 제시됐다.
금감원은 포용금융 성과가 우수한 금융회사에 규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서민금융 정책상품과 보증 관련 재원 배분기준을 마련할 때 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TF에는 교보SBI·OK저축은행, 신한·KB·하나카드, BNK·롯데캐피탈 등 7개 금융회사 대표와 저축은행중앙회·여신금융협회·신협중앙회 임원,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금감원은 TF 논의를 통해 참여회사와 대상상품, 평가 지표 및 설문 방식 등을 확정하고 연내 시범평가에 착수할 계획이다. 시범평가는 햇살론과 중금리생활안정대출 등 기존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