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대 은행 기업대출 8.9조원 증가…5개월 연속 확대
중기 대출 5.2조 늘어…2년 7개월 만 최대

5대 은행의 기업 대출이 지난달 9조원 가까이 늘어나며 올해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로 은행들의 자산 성장에 제약이 생긴 가운데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과 은행들의 기업대출 영업 강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세는 미미한 반면 대기업과 거래하는 법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0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말보다 8조8660억원 증가한 900조4025억으원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기업대출 증가액은 6월 3조1918억원에서 7월 4조6239억원, 8월 6조2562억원, 9월 7조5719억원, 10월 8조8660억원으로 5개월 연속 확대됐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중소기업대출은 5조222억원 늘어 대기업대출 증가액(3조8438억원)을 웃돌았다. 중소기업대출 증가폭은 2024년 3월 이후 최대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조7376억원, 농협은행이 1조4573억원 증가하며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에 포함되는 개인사업자 대출(소호 대출)은 421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대출 증가분의 대부분이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 중소기업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같은 기업대출 급증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방침과 은행들의 자산 성장 필요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여신 확대가 어려워지자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 역시 올해부터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첨단전략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유도해왔다. 금융당국이 올 초부터 드라이브를 건 생산적 금융이 은행권에 체화돼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성과가 가시화됐단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은행들은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무역보험공사 등과의 협약을 통해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조선 등 첨단·주력산업의 대기업뿐 아니라 이들과 거래하는 협력업체와 하청기업에도 대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소호대출보다 법인 중소기업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배경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관련 협약과 출연을 통한 자금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기업대출 잔액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기업대출을 통해 자산을 늘리려는 은행들의 이해관계와 정부 정책 방향이 부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대출 자산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일부 대출은 마진이 거의 남지 않거나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취급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하반기엔 기업에서 결제성 자금이나 운영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은행들이 마진을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높여 대출 드라이브를 걸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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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평가가 기업대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권은 통상 11월 말까지의 영업 실적을 인사 평가 등에 반영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11월에 대출을 늘리면 이자수익이 실적에 반영될 시간이 부족한 만큼 10월까지 최대한 대출을 취급하려는 유인이 있다"며 "반도체 등 투자 수요가 많은 업종의 자금 수요와 내부 실적 관리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