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소고기보다 싸게"…'배양육 1호' 눈앞 팡세, 내년 식탁 노린다

송정현 기자
2026.10.05 07:00

[인터뷰] 이성준 팡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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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이성준 (본인)

국내 첫 소고기 배양육이 이르면 내년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2015년 설립된 바이오테크 기업 팡세가 지난해 5월 국내 배양육 기업 중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시판을 위한 관련 허가를 신청하면서다. 심사 결과는 이르면 연말 나올 예정이다. 허가를 받으면 팡세는 국내에서 소고기 배양육을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첫 기업이 된다.

이성준 팡세 대표는 "일반 소고기보다 무조건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결국 식품은 가격이 합리적이면서 맛있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양육은 가축에서 확보한 소량의 세포를 배양해 고기로 만드는 기술이다. 식물성 원료로 고기의 맛과 식감을 구현하는 대체육과 달리 실제 동물 세포를 키워 만드는 만큼 기존 육류의 맛과 식감을 구현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국내 여러 푸드테크 기업이 배양육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생산비다. 세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인 '배지'와 세포를 대량으로 키우는 '바이오리액터'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배양육 판매 허가를 받은 기업들이 등장했지만 높은 생산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대표는 "배양육을 만드는 것 자체보다 누가 얼마나 빠르게 생산비를 낮추느냐가 관건"이라며 "결국 대량생산에 성공하는 기업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며, 우리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지·바이오리액터 자체 개발…대량생산으로 가격 ↓
/사진제공=팡세

이 대표가 대량생산에 자신감을 보이는 건 자체 기술을 통해 세포 배양에 필요한 배지와 바이오리액터를 자체 개발했기 때문이다. 먼저 팡세는 기존 세포배양용 소재 대신 식품 소재를 활용해 배양육에 맞는 배지를 개발하면서 비용을 기존 대비 100분의 1 이하로 낮췄다.

두 번째는 바이오리액터다. 국내 배양육 기업 상당수는 세포 배양 장비를 해외에서 들여온다. 대형 장비는 한 대에 10억원 안팎에 달해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설비투자 부담도 커진다. 팡세는 이 대표를 포함한 공동창업진 상당수가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이라는 강점을 살려 바이오리액터를 직접 설계해 설비투자 비용을 기존 대비 약 2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동시에 생산성도 높였다. 세포는 배양 과정에서 영양분을 소비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노폐물이 쌓이면 성장이 억제된다. 팡세는 사람의 폐와 심장에서 착안한 기체교환·배지재생 모듈을 개발해 노폐물을 제거하고 영양분을 다시 공급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같은 크기의 바이오리액터에서 기존 대비 3배 이상 많은 세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생산비를 낮추고 양산 기반을 갖춘 것은 팡세가 국내 기업 중 먼저 식약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배양육 같은 새로운 식품 원료를 식약처에서 인정받으려면 실험실에서 소량으로 개발한 샘플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생산시설(공장)에서 대량 샘플을 만들어 외부 공인기관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허가 전부터 수십억원을 들여 생산시설을 갖춰야 하는 셈이다.

팡세는 가양 공장에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자체 개발한 배지와 바이오리액터로 대량 샘플을 생산해 안전성 자료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접수했으며, 같은 시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관련 신청을 제출했다.

B2B 수요 확인…가격·수급 불안 메울 '보완재'
팡세 기업 개요/그래픽=윤선정

가격과 함께 강조하는 경쟁력은 맛이다. 팡세는 2022년 배양육을 패티에 활용한 불고기버거 형태의 시제품을 만들어 시식회를 진행했다. 시식 참가자들로부터 기존 고기와 맛·향이 유사하다는 반응을 얻었으며 10명 중 9명이 만족했다고 전했다.

올해 초 8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유치 과정에서도 투자자들이 직접 배양육을 시식했다. 이 대표는 "기존 육류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구현한 점이 투자자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맛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팡세가 허가 이후 초기 시장으로 낙점한 곳은 식품기업이다. 다짐육 형태의 배양육을 원료로 공급하고 식품기업과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B2B(기업간거래) 방식이다. 이미 여러 대기업·프랜차이즈와 수차례 개념검증(PoC)을 진행하며 스파게티 미트볼과 햄버거 패티 등 실제 메뉴 형태의 시제품도 만들어봤다. 허가 이후에는 이 같은 협업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가 B2B 수요를 자신하는 이유는 '가격과 수급'이다. 기후 변화와 가축 전염병으로 육류 공급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20일부터 7월10일까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60만4636마리로 전년 동기(5만3238마리)의 약 11배에 달했다. 당시 육계 소매가격도 약 9% 상승했다.

가축 폐사와 생산성 저하는 식품기업의 원재료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소는 사육기간이 길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단기간에 생산량을 회복하기 어렵다. 반면 배양육은 생산설비와 원료가 확보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원재료를 공급할 수 있다.

팡세는 허가 이후 우선 식품기업 업등 B2B 시장을 공략하고 이후 소비자 경험이 쌓이면 자체 B2C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덩어리 형태의 원육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팡세는 기존 소고기를 대체하는 게 아니다"라며 "가격과 수급이 흔들릴 때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공급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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