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소재' 잉크처럼 발랐더니…6G·우주통신서 쓸 반도체 '뚝딱'

고석용 기자
2026.10.15 05:30

[2026 K-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④
김명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2차원 물질로 반도체 소자 만드는 용액공정 기술 개발
고성능 'RF스위치' 제작…국방 분야 등 사업화 가능성

[편집자주] 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이 보유한 딥테크(첨단기술)와 사업화 유망기술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공동 설명회가 코엑스에서 열린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오는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2026 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를 개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공동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4대 과기원의 우수 연구개발(R&D) 성과를 기업에 소개하고 기술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통해 기업의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행사 무대에 오를 유망기술을 개발한 과기원 교수들을 만나 핵심 기술의 경쟁력과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들어봤다.
UNIST 김명수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사진=류준영

그래핀이나 이황화몰리브덴(MoS₂)처럼 원자 몇 개 두께의 얇은층으로 이뤄진 '2차원 물질'들은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의 미세화 한계를 돌파할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국내외 연구실·기업이 앞다퉈 연구하고 있지만 상용화된 사례는 드물다. 소재를 큰 사이즈로 합성하고 붙이는 등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명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팀은 이 문제를 '잉크' 방식으로 풀었다. 2차원 물질을 잉크로 만들어 기판에 바르는 '용액공정'으로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방식이다. 김 교수팀은 이 기술로 초고주파 대역에서 작동하는 RF스위치를 만들었다. 6G(6세대 이동통신)나 위성통신 등 고주파 환경에서 사용하는 통신용 칩이다.

오는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6 K-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참가신청 : https://url.kr/kpy365)에서 김 교수 연구팀은 이 기술을 공개한다. 용액공정의 의미와 이 기술로 만든 RF스위치의 6G·위성통신·레이더·방산 등 국가전략산업에서의 활용 가치를 설명할 계획이다.

잉크 발랐더니 반도체가…한계 넘은 '용액공정'

용액공정 제조 이황화몰리브덴 기반의 비휘발성 RF 스위치의 구조와 성능. /이미지=유니스트

2차원 물질로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방법은 주로 두 가지다. 첫째는 2차원 물질을 한 겹씩 떼어내는 박리(Exfoliation) 방식이다. 품질은 뛰어나지만 떼어낸 조각 크기가 너무 작아 웨이퍼에 정밀하게 배치하기 어렵다. 둘째는 웨이퍼 위에 화학기상증착법 등으로 물질을 합성하고 다른 기판으로 옮기는 전사(Transfer) 방식이다. 이 역시 물질을 합성하고 옮기는 것, 옮긴 막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 모두가 허들이다.

김 교수팀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물질을 용액에 풀어 잉크로 만든 뒤 기판에 코팅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작은 조각들이 얼기설기 겹치면서 표면을 빈틈없이 덮는다"며 "하나씩 떼어 붙일 필요도, 크게 키울 필요도 없이 잉크를 바르는 것만으로 원하는 소자의 특성을 뽑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RF스위치를 제작했다. 스마트폰, 위성, 레이더, 기지국 등에서 안테나로 주고받는 고주파 신호의 경로를 연결하거나 끊어주는 부품이다. 잉크로 만든 이황화몰리브덴 막을 금속 전극 사이에 넣고 전압을 걸면 구리 전극에서 나온 구리 이온이 전기가 통하는 통로를 만들며 스위치가 켜진다. 한 번 생긴 통로는 전원을 꺼도 유지되는 '비휘발성'이어서 대기전력이 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RF스위치는 초고속 통신에 쓰이는 67GHz 초고주파 기준 입력 신호의 약 98%를 통과시키는 성능을 보였다. 2000회 이상 반복 작동해도 성능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 등 기존 박리 방식(약 100회)보다 높은 내구성도 보였다.

'대기전력 제로' RF스위치…6G·위성통신서 활용도↑

개발한 RF 스위치의 수요처로는 방산·우주 분야를 꼽았다. 김 교수는 "매우 낮거나 높은 온도에서도 잘 동작해 우주 같은 극한 환경에서 가능성이 있다"며 "국방용 등급 부품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이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다면 국내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2차원 물질 자체를 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이번 연구의 의미"라며 "더 쉽고 빠르게, 성능도 안정적으로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가능성을 보여준 RF스위치는 성능, 비용, 넓은 주파수 대역에서의 동작, 전력 절감 등 여러 장점을 갖췄다"고 부연했다.

다만 김 교수는 용액공정 기술로 당장 2차원 물질이 실리콘을 대체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존 기술의 문제점을 새로운 물질과 접근법으로 보완해보자는 점에서 봐야한다"며 "기술을 조금 더 고도화시키면 산업계 활용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K-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기술이전·사업화)' 참가신청>

-일시: 2026년 10월 29일(목) 오후 1시

-장소: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 PLUS STAGE

-참가 대상: 기술이전·공동연구·신사업을 검토하는 기업, 출연연 패밀리기업, 투자사

-참가비: 무료 (사전 등록 필수)

-주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AIST, GIST, DGIST, UNIST,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

-후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COMPA)

-신청: https://url.kr/kpy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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