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대기업 몫…딥테크 창업, '최초'에 깃발 꽂아라"

김진현 기자
2026.10.15 10:30

[머니투데이-NH 네트워킹 세미나]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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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머니투데이에서 진행된 유니콘팩토리 네트워킹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인공지능(AI)이 모든 걸 빠른 속도로 바꾸고 있습니다. 예전에 10년 걸릴 것 같던 일이 이제는 5년 안에 이뤄지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창업가분들도 자신의 창업 목표보다 훨씬 큰 목표를 잡아야 합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머니투데이-NH 네트워킹 세미나'에서 'BE BOLDER(더 대담해져라): 딥테크 시대의 도래와 기술사업화'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플라스마 분야 박사과정 중 창업한 플라즈마트를 2012년 해외 기업에 매각한 1세대 기술 창업가 출신이다. 그는 회사 매각 이후 기술 창업가들의 상담을 이어가며 '기술이 좋은데 왜 회사가 어려워질까'를 고민했고, '시작이 잘못됐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잘못된 시작'은 기술에서 출발하는 방식이다. 기술창업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기술 자체는 뛰어나더라도 연구자가 생각한 제한적인 적용처에만 머물면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는 "학계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지만, 시장에서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데 익숙한 연구자가 시장의 수요부터 생각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기업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 해외 연구에서도 기술 자체보다 마케팅·영업·현금흐름·고객 이해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시장에 자기 기술을 밀어 넣으려 하지 말고, 반드시 시장의 문제에서 출발해 기술을 적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템 선정에 대해서는 엔지니어 출신 창업가들이 빠지기 쉬운 '더 싸게, 더 좋게, 더 빠르게(Cheaper, Better, Faster)'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존 제품을 조금씩 개선하는 사이 출시 시점에는 더 나은 제품이 등장할 수 있고, 차별성이 작아 투자자와 인재의 관심을 끌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신 불가능해 보일 만큼 큰 목표를 내세우는 '게임체인저'에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처음에는 무모해 보여도 자본과 인재가 모이면서 오히려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재사용 로켓 시장을 개척한 스페이스X가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아폴로 계획에 참여했던 우주인들까지 공개적으로 비판했지만 엄청난 자본과 열정적인 인재가 몰려 결국 해냈다"며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기존 제품을 조금씩 더 낫게 만드는 경쟁은 기존 자산을 활용해 1~2%씩 개선하며 격차를 유지하는 대기업에 유리하다"며 "자산이 없는 스타트업은 미래의 큰 트렌드를 보고 '최초'의 세그먼트에 먼저 깃발을 꽂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자본 관리도 딥테크 창업가가 놓쳐서는 안 될 과제로 꼽았다. 무엇보다 사업의 진척도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IT 서비스는 첫날부터 회원 수나 전환율 같은 지표가 나오지만, 딥테크는 측정할 지표가 없어 깜깜이 관리가 되기 쉽다"며 "마일스톤을 어떻게 설정하고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술사업화는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한정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도 마일스톤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존 사업 계획이나 기술의 적용 분야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위험도 있어서다.

그는 "딥테크는 오랫동안 매출이 나지 않는 만큼 회사의 지속성은 결국 자본에 달렸다"며 "대표가 기술만 알면 위험하다. 자본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창업 조언은 AI가 기술과 산업을 바꾸는 속도가 빨라진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성인이 된 뒤 인터넷과 모바일, AI로 이어지는 세 차례의 기술 변화를 경험했다며 "이번 변화는 체감상 앞의 두 번보다 100배 이상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200억원대 매출을 내던 기업이 갑자기 매출이 바닥으로 주저앉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하루아침에 사업모델이 사라지는 일이 잦아진 만큼 예측과 계획에 매달리기보다 유연하게 계속 변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연한 대응의 사례로는 포트폴리오사인 인투코어테크놀로지를 꼽았다. 2014년 당시 시장의 관심이 적었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대신 원천기술을 반도체 공정에 먼저 적용해 매출을 냈다. 이후 수도권매립지 CCU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당초 목표로 삼았던 분야에도 진출했다. 이 대표는 "원천기술은 그대로 두고 응용 분야를 빠르게 성장하는 곳에 먼저 적용했다가 돌아오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크레파스솔루션 △사이오닉에이아이 △리트리버 등 NH농협은행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 10여곳과 NH농협은행 오픈이노베이션팀, 와이앤아처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강연 이후 질의응답과 네트워킹을 통해 딥테크 사업화 경험과 협업 방안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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