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과거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내년 들어설 새 정부에서 폐지가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공정 거래 제재를 강화하겠다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추진했다. 지난해 8월 전속고발권 폐지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재계의 우려 등을 감안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를 제외한 수정안을 통과됐다.
기업들이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건 형사고발의 남용이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검찰에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해당기업이 가격이나 생산량, M&A(인수·합병), 입찰 등에 불만을 갖거나 이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 '담합 고발' 형태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경쟁사끼리의 무분별한 고발로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안 논의 당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이 같은 입장문을 내고 전속고발권을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또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공정위와 검찰이 중복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권력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기업도 이중으로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경제단체들은 특히 이런 피해는 법적 대응 능력이 미흡한 중소기업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재계에선 전속고발권 폐지 시 수사에서 공정위의 행정적·전문적 절차가 생략돼 기업의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담합사건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심도있는 경제적 분석이 필요한데 검찰에서 당장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란 입장이다. 전문성을 갖춘 공정위에서 전속고발권을 갖고 먼저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단 것이다.
한숨 돌렸던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다시 불거지자 재계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이미 이번 정부에서 일단락 됐고 법 개정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또 얘기가 나오는 건 시기상조"라며 "민간기업간 분쟁은 민간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형사 고발이 가능해지면 정치화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도 "전속고발권 폐지로 공정위와 검찰이 둘 다 수사하면 기업은 양쪽에서 조사받으니 이중적으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재로선 기존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