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글로벌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 빠른 납기와 축적된 기술력을 앞세워 성장세가 가파른 전세계 함정 MRO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미 해군 MRO 사업 수주에 이어 영국 해군 호위함 'HMS 리치먼드(HMS Richmond)', 캐나다 해군 초계함 'HMCS 맥스 버네이스(HMCS Max Bernays)'의 MRO 사업을 연이어 수주한 배경엔 빠른 납기와 검증된 정비 솔루션이 주효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유콘함', 올해 7월 '찰스 드류함'까지 국내 조선소 중 최초이자 최다로 미 해군 MRO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윌리 쉬라함과 유콘함은 정비를 마치고 미 해군에 이미 인도됐으며, 찰스 드류함은 내년 1월 인도를 목표로 막바지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윌리 쉬라함이 추가 정비를 받기 위해 이달 5일 다시 마산가포신항에 입항한 것을 두고서는 한화오션이 미 해군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초기 정비 과정에서 미 해군이 파악하지 못한 결함을 한화오션이 선제적으로 발견해 역설계를 통해 보수했고, 이 과정에서 추가 계약까지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의 글로벌 MRO 실적은 향후 미 해군 MRO 사업 수주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군함 MRO 시장에서 트랙레코드는 정비 품질과 일정 준수, 정부 절차를 충족했다는 인증과 같다"며 "실적이 많고 신뢰도가 높은 업체일수록 입찰 경쟁력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 8월 미 해군 군수지원함 'USNS 앨런 셰퍼드'의 MRO 사업을 수주했으며, 삼성중공업 역시 미국 군함 MRO 전문기업 '비거 마린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전세계 각국 해군이 함대 현대화에 나서며 글로벌 해양 방산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세계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578억달러에서 2029년 636억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MRO 실적을 기반으로 글로벌 함정 신조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간다는 목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함정 MRO는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수요가 늘며 일본과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도 뛰어들고 있다"며 "특히 함정 건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