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AI(인공지능)를 미래 성장 전략의 전면에 내세운 '뉴 이천포럼'을 시작했다. 기존 경영전략회의와 이천포럼을 통합한 새로운 회의체를 출범시키며 AX(AI 전환) 경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재계에서는 이번 포럼이 SK그룹의 무게중심이 리밸런싱(사업 재편)에서 AI 중심 성장으로 이동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AI가 가져올 파괴적 혁신, AX 중심 경영으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2026 뉴 이천포럼'을 개최했다. 오는 1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SK그룹의 전략적 방향 전환을 상징하는 무대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AI를 중심으로 한 경영 혁신을 강조한 데 이어 이번 포럼에서도 AI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그룹의 3대 주요 회의체 가운데 하나였던 '경영전략회의'와 '이천포럼'을 통합한 것은 AI 전환의 속도와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SK그룹 계열사들은 내부 업무 전반에 AI 기술을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직원이 자신의 업무 방식을 AI에 학습시켜 활용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 비즈 코워크(A. Biz Co-Work)' 베타 버전을 도입해 업무 생산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단순 업무 자동화를 넘어 개인별 업무 노하우를 AI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SK텔레콤은 SK그룹과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AI 전용 데이터센터 'AI 팩토리' 구축 프로젝트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AI 팩토리는 AI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최적화된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가능케 한다. 대규모 AI 모델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프로젝트에서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고성능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SK그룹은 2027년 국내 첫 AI 팩토리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기가와트(GW)급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이 최근 일본 출장에서 AI 팩토리 해외 진출 계획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인터뷰에서 "2028~2029년 가동을 목표로 일본 기업들과 AI 팩토리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며 "GW급 전력 공급이 가능한 부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AI 컴퍼니' 구현을 중장기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업 조직이 문제를 정의하고 AI 솔루션을 도입하는 단계에서 출발해 이를 전사 표준 시스템으로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일상 업무 전반에 AI를 내재화하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닌 기업 운영 전반을 연결하는 핵심 운영 원칙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뉴 이천포럼이 SK그룹 리밸런싱 국면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성장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SK그룹은 2024년부터 비주력 자산 매각과 투자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 포럼을 계기로 경영 전략의 무게중심이 재무구조 개선에서 AI 중심 성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리밸런싱 과정에서 두산그룹으로 매각이 추진됐던 SK실트론의 경우 최근 관련 논의가 사실상 멈춘 상태다. SK그룹은 SK㈜가 보유한 웨이퍼(반도체의 기본재료) 제조사 SK실트론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지분 19.6% 등 총 70.6%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SK실트론의 미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룹 안팎에서 커지면서 매각에 제동이 걸렸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웨이퍼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SK하이닉스를 축으로 반도체 밸류체인을 강화하려는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반도체, 인프라 등 AI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가운데 이를 실행할 임직원의 AI 역량 또한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