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 앞둔 고려아연 '전운'..'감사위원 1인' 놓고 신경전 지속

김지현 기자
2026.09.07 05:30

의결권 자문사 대부분 최윤범 회장 측 지지…내년에도 분쟁 이어질 전망

고려아연 이사회 의석, 매출 및 영업이익/그래픽=윤선정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할 감사위원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대부분은 일단 고려아연 측 추천 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 방식의 독립이사 4명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중 관건은 감사위원 1석의 향방이다. 독립이사 4명은 집중투표 방식으로 선임되는 만큼 양측이 각각 2석씩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9명, 영풍·MBK 측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양측 지분율은 고려아연이 우호지분을 포함해 약 38%, 영풍·MBK가 약 41%로 알려졌다. 독립이사 4명을 양측이 2명씩 확보하면 11대 7이 되는 구도다. 여기에 감사위원까지 최 회장 측이 가져가면 12대 7, 영풍·MBK 측이 차지하면 11대 8의 구도가 된다. 고려아연은 전문성과 경영 연속성 등을 앞세워 백인규 후보를 내세웠다. 영풍·MBK는 회사 자금 사용과 주요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며 박유경 후보를 추천했다.

우선 현재까지는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주요 의결권 자문사 9곳 가운데 8곳이 백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입장에서 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감사위원 선임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지분율에서 앞서는 영풍·MBK 측도 보유 지분을 모두 의결권으로 행사할 수 없어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제공=고려아연

다만 임시주총에서 어느 쪽이 우위를 차지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 8명과 감사위원 1명의 임기가 만료돼 더 큰 폭의 이사회 재편이 예정돼 있어서다.

2년 가까이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고려아연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왔다. 기존 아연·연·동 등 비철금속 제련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희토류 등 핵심광물과 반도체 소재 등으로 넓히고 있다. 특히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파트너로 선정되며 울산 온산제련소의 절반 규모인 통합제련소를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추진 중이다.

최 회장이 취임 후 내세운 신성장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자원순환·이차전지소재)'에서도 잇따라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 동박 사업에서도 글로벌 배터리사를 상대로 첫 매출을 올리는 것에 성공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웨이퍼 세정에 쓰이는 반도체 황산 사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국내 반도체 황산 수요의 약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엔 생산능력을 연 28만톤에서 32만톤으로 늘렸다.

이를 기반으로 고려아연의 실적은 매년 새 기록을 쓰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 12조4446억원, 영업이익 1조3332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까지 연간 기준 44년 연속 영업흑자도 이어갔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까지도 양측의 분쟁이 쉽게 그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고려아연이 국내를 넘어 핵심광물 공급망 측면에서 외교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하루빨리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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