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의 전기차 생활문화] 명절엔 갈 때도 올 때도, 출발 전 완충

홍보경 기자
2026.09.21 17:53

명절을 앞두면 가족끼리 출발 시간을 의논한다. 몇 시에 나서야 덜 막힐지, 어디에서 쉬어갈지 따져본다. 전기차로 처음 고향을 찾는 가족이라면 충전도 고민이다. 휴게소에서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까. 이때 "집에서 쉬는 동안 미리 충전해두면 이동이 한결 여유로워진다"는 짧은 안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수년간 명절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이동형 충전 서비스를 마련해왔다. 2024년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휴게소 17곳에 총 38기의 이동형 충전기를 지원했다. 충전시설 사전 점검과 비상 정비체계도 함께 준비했다.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와 장소에 대응한 세심한 행정이다. 연휴에도 현장을 지키는 관계기관과 충전업계의 노력 역시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

전기차 이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올해 추석에는 이러한 대책에 한 가지를 더 보태면 좋겠다. 국민에게 출발 전 충전 요령을 널리 알리는 일이다. 휴게소의 충전 역량을 보강하는 동시에 집과 고향에서 미리 충전하고 출발하도록 안내하면 혼잡을 줄이는 데 이용자도 동참할 수 있다.

캠페인 문구로 "명절엔 갈 때도 올 때도, 출발 전 완충!"을 제안한다. 장거리 귀성·귀경길에는 출발 전에 충분히 충전하되, 실제 충전량은 이동거리와 차량별 권장 기준에 맞추도록 안내하자는 것이다. 집을 나설 때도, 고향에서 돌아올 때도 차량을 세워두는 시간을 활용해 여유 있게 충전하자는 뜻이다.

출발지에서 미리 충전하면 고속도로에서의 충전 수요를 줄일 수 있다. 이동거리에 따라 휴게소 충전을 한 번 생략하거나 충전량을 줄일 수 있고, 덜 붐비는 충전소를 선택할 여지도 생긴다.

이 안내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전기차의 특성에 맞는 이용 방식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주유는 짧은 시간에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기차는 집이나 일터에 충전 여건이 갖춰져 있다면 쉬거나 일하는 동안 전력을 채울 수 있다. 충전기를 연결하고 완료 후 차량을 옮기는 수고는 필요하지만, 충전이 진행되는 내내 운전자가 곁을 지킬 필요는 없다.

따라서 충전기의 작동 시간과 운전자가 실제로 들이는 시간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잠을 자거나 가족과 식사하는 동안 차량도 다음 이동을 준비할 수 있다. 이러한 편리함을 명절에도 활용하자는 것이 사전 충전 캠페인의 취지다. 운전자에게 행동을 요청할 때는 그 행동이 일상을 어떻게 편리하게 만드는지도 함께 알려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실행 방법은 어렵지 않다. 정부와 한국도로공사가 명절 교통·충전 대책을 발표할 때 동일한 캠페인 문구를 함께 전달하면 된다. 언론과 교통방송이 이를 반복해 알리고, 충전 앱과 아파트 안내방송도 동참할 수 있다. 이동형 충전 서비스를 이용할 장소와 시간뿐 아니라 출발 전에

준비해야 할 행동까지 안내하자는 것이다.

귀경길을 앞두고는 한 번 더 알려줄 필요가 있다. 집에서는 익숙한 충전 환경도 고향에서는 낯설 수 있다. 지자체와 숙박시설이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의 위치와 운영시간을 안내하면 실천 가능성이 커진다. 명절 당일 식사를 마친 뒤 차량을 세워두는 동안 충전해 다음 날 귀경을 준비할 수도 있다. 메시지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집이나 고향에서 충전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이들을 위해 생활권 충전시설을 확충하고, 장거리 운전자를 위한 고속도로

충전시설과 이동형 지원도 지속해야 한다. 사전 충전이 가능한 이용자의 참여는 공용 충전시설이 꼭 필요한 사람의 불편을 덜어준다. 충전이 끝난 뒤 다음 이용자를 위해 신속히 자리를 비우는 배려도 함께 안내하자.

충전시설을 확충하는 일과 그 시설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리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이동형 충전기를 준비하는 행정의 세심함이 국민의 출발 준비까지 이어졌으면 한다. 기존 안내 채널에 한 문장을 더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장소와 시점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명절엔 갈 때도 올 때도, 출발 전 완충!"

조현민 | 전기차 생활문화 기획자 · ㈜이볼루션 대표 · 『제4의 공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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