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의 역량을 앞세워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팩토리 생태계에 올라탔다. 단순히 배터리 셀의 성능만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제어·운영 역량까지 갖춘 점이 주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배터리 기업 중 유일하게 엔비디아의 'DSX 레디(Ready)'에 이름을 올린 배경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있다. DSX 레디는 BESS의 성능뿐 아니라 전력 제어와 시스템 통합(SI), 운영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되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엔비디아의 AI 팩토리에 BESS를 공급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에 선정된 전 세계 BESS 파트너도 LG에너지솔루션과 테슬라, 히타치에너지 등 단 3곳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고용량 리튬·인산·철(LFP) 기반 'JF2 AC Link'가 경쟁력을 입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제품으로 교류(AC) 에너지저장솔루션에 적용되는 엔비디아 DSX 레디 요건을 충족했다. 이 제품은 높은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 장수명이 강점이다. 모듈형 설계를 통해 건설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대규모 전력 수요 증가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현지 생산능력이 하드웨어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랜싱·홀랜드, 캐나다 온타리오 넥스트스타 에너지, GM 합작공장인 얼티엄셀즈 테네시, 혼다 합작공장인 L-H 배터리컴퍼니 오하이오 등 북미 5개 생산거점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셀부터 팩, 링크까지 ESS 전반에 걸친 제품을 100% 현지에서 생산해 적기 공급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북미에서 50GWh(기가와트아워) 이상의 ESS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3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 계약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이번 엔비디아 파트너 선정 과정에서는 전력 제어와 시스템 통합(SI)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AI 데이터센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량에 따라 전력 사용량이 순간적으로 크게 달라지는 만큼 빠르고 안정적인 전력 제어가 중요하다. 엔비디아도 'BESS 자체 자격 검증 가이드라인'에서 AI 팩토리용 BESS의 주요 요건으로 전력변환시스템(PCS)을 기반으로 한 전력 제어 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PCS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 역량은 DSX 레디 요건을 충족한 'JF2 AC Link'에 구현됐다. JF2 AC Link는 △AI 서버의 전력 사용량 변화에 맞춰 충·방전하는 'AI 부하 평준화(AI Load Smoothing)' △전력망의 급격한 전압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전압 유지(Voltage Ride-Through)' △전압·주파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계통 형성(Grid-Forming)' 기능을 제공한다.
SI는 미국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가 담당한다. 이 업체는 시스템 설계 및 통합, 전력변환·제어, 운영·유지보수 등 ESS 전반에 걸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BESS가 단순히 전력을 저장하는 설비를 넘어 AI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전력 운영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강창범 LG에너지솔루션 ESS전지사업부 전무는 "DSX 레디에 파트너로 합류한 것은 AI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제품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라며 "AI 인프라 사업을 더 확대하고 성장을 가속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