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중국산 저가 철강…관세장벽 높이는 韓

박한나 기자
2026.09.25 10:30
[서울=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철강업계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2026.07.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국내 철강시장에서 중국산 저가재를 밀어내기 위한 '관세 장벽'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후판과 열연강판 등 판재류를 중심으로 시작된 반덤핑 조치가 표면처리강판에 이어 특수강 봉강까지 확대되고, 10년 넘게 규제를 받아온 중국산 H형강은 관세 장벽이 다시 5년 연장될 전망이다. 중국 철강업계도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공동 감산에 나섰지만 중국 내 수요 부진과 높은 재고 수준이 이어지고 있어 저가 수출 압력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17일 중국산 특수강 봉강의 덤핑 수입으로 국내 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예비 판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25.08~27.96%의 잠정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지난 2월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이 덤핑조사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무역위는 오는 12월 공청회와 추가 조사를 거쳐 내년 2월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중국산 철강에 대한 무역구제 조치의 연장선에 있다. 특수강 봉강은 자동차와 건설중장비, 조선, 베어링, 산업기계 등의 부품 제조에 사용되는 철강재다. 최근 중국산 제품의 국내 유입이 빠르게 늘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중국산 특수강 봉강의 수입은 2022년 45만3000톤에서 올해 67만6000톤으로 약 50% 증가했다.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자 국내 철강사들이 품목별로 덤핑 조사를 잇달아 신청하면서 규제 대상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중국산 스테인리스스틸 후판과 탄소강·합금강 열연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잇달아 결정한 데 이어 올해는 중국산 열연강판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 스테인리스스틸 후판에는 21.62%, 열연후판에는 최대 34.10%의 덤핑방지관세가 산정됐다. 중국산 열연강판 역시 28.16~33.10%의 덤핑방지관세가 산정됐다. 중국산 아연·아연합금 표면처리 냉연강판도 올해 4월 덤핑으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는 예비 긍정 판정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중국산 제품에 22.34~33.67%의 잠정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10년 넘게 규제를 받아온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무역장벽도 이어진다. 무역위원회는 지난 17일 2차 종료재심을 통해 기존 조치를 종료할 경우 덤핑과 국내 산업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가격약속과 28.23~32.72%의 덤핑방지관세를 향후 5년간 연장하도록 건의했다.

중국 철강업계 내부에서도 공급과잉과 관세 장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감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강철공업협회는 최근 중국바오우와 안스틸그룹, 허베이강철그룹(HBIS), 서우강그룹 등 45개 철강사가 참여하는 '철강산업 생산 통제 및 재고 감축 자율규제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하고 높은 수준의 재고를 줄이는 동시에 원가 이하의 저가 판매 경쟁을 자제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 철강업계가 공동 감산에 나선 것은 그만큼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 철강업계가 감산에 나섰지만 공급과잉 압력이 단기간에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중국 내 철강 수요 감소 속도가 생산 감축 속도를 웃도는 데다 재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중국의 공급과잉이 저가 수출로 이어져 국내 철강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해온 만큼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의 실제 감산 규모와 수출 물량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특수강 봉강은 전체 수입 물량의 90%를 중국산이 차지하면서 국내 특수강 수급 교란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내년 2월 중국산 특수강 반덤핑 최종판결 예정이지만 잠정 관세 부과가 확정될 경우 즉시 중국산 수입이 감소하면서 국내 특수강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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