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정부 주도의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주전에서 배터리 국내 생산과 핵심 소재 국산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앞서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진행된 두 차례의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비가격 평가에서 산업·경제 기여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생산 기반과 공급망을 갖추는게 수주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1·2차 입찰에서 모두 국내에서 생산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계열 각형 배터리를 앞세웠다. NCA는 국내 업계가 주력으로 내세워왔던 삼원계 제품으로 소재의 국내 공급 여력도 충분하다. 2차 입찰에서 SK온도 국내 생산능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 결과 1차에서는 삼성SDI가, 2차에서 SK온이 각각 최대 공급사로 선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차와 2차에서 각각 24.2%, 14%의 물량을 가져가는데 그쳤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도 이번 3차 입찰에서 국산화 전략으로 승부를 띄웠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망 평가는 그간 약점으로 꼽혀왔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LFP가 삼원계보다 앞서지만 전 세계 LFP 공급망을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한계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국내 소재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보완하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3차 입찰 규모를 1·2차 때보다 크게 키운 총 1180㎿(메가와트)로 발표하면서 업체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규모 물량이 장기간 공급되는 만큼 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ESS 수요를 확보할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국내 중앙계약시장에서 공급 실적을 확보하게 되면 향후 글로벌 ESS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3차 시장을 잡기 위해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국내 생산과 공급망에서 확보한 강점을 유지하면서 NCA 기반 각형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보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LFP 배터리를 들고 온 만큼 같은 제품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2차 입찰에서 성과를 거둔 LFP의 국내 공급망 체계를 공고히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충남 서산에서 3GWh(기가와트아워) 규모의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 중이며 전체 ESS용 LFP 생산능력을 최대 6GWh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스코퓨처엠·엘앤에프와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국산 소재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이 국내 LFP 생태계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글로벌 ESS 시장은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 등을 앞세운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구축돼왔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국내 소재 기업의 LFP 배터리 사업 참여가 확대되면 국내 밸류체인(가치사슬)이 강화된다는 의미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축적한 생산·공급망 경험이 글로벌 ESS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