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SoC(시스템온칩)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강자인 퀄컴에 더해 미디어텍까지 플래그십(최상위제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2나노(㎚·㎚=10억분의1m) 엑시노스를 앞세운 삼성전자의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7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SoC(시스템온칩) 출하량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전체 스마트폰 SoC 출하량에서 프리미엄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30%에서 올해 4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출하량 감소에도 고부가 제품의 비중이 커지면서 AP 업체들에도 프리미엄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엑시노스의 비중 확대에 나섰다.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6%에서 올해 2분기 9%로 3%p(포인트) 상승했다. 2나노 기반 엑시노스를 갤럭시 S27 울트라 등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해 자체 AP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이 엑시노스의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지만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퀄컴이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AP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디어텍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어서다. 미디어텍의 플래그십 안드로이드 SoC 출하량 점유율은 2022년 약 5%에서 올해 12%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플래그십 디멘시티 제품군 매출도 2022년 이후 약 5배 증가했다. 미디어텍이 출하량 중심의 중저가 시장을 넘어 고가 제품군에서도 입지를 넓히면서 삼성과의 경쟁 영역도 프리미엄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이어갈 차세대 제품이 디멘시티 9600 프로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업체인 TSMC 2나노 공정을 적용한 디멘시티 9600 프로의 가격은 최대 22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역대 미디어텍 플래그십 SoC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이다. 이 제품은 LPDDR6(저전력D램) 메모리와 UFS 5.0이 지원되고 듀얼 NPU(신경망처리장치) 구조가 적용됐다. 탑재 제품에는 비보 X500 프로 시리즈와 오포 파인드 X10 프로 맥스 등이 포함된다.
미디어텍의 프리미엄 공략이 강화될수록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엑시노스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2나노의 중요성도 커진다. 플래그십 내 엑시노스 탑재가 늘면 시스템LSI의 판매 확대와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양산 물량 확보에 동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미디어텍은 TSMC 2나노 선단 공정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엑시노스의 성능과 수율을 안정화하고 갤럭시 탑재를 늘려 '설계-파운드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AP 주도권 확보 여부가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 전체의 실적 회복을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상황에서는 프리미엄 AP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삼성으로서는 차세대 엑시노스의 성능과 수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려 플래그십 탑재 비중을 늘리는게 시스템LSI는 물론 파운드리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