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이' 상표로 본 선출원주의의 한계…담당자 대응 방안은?

이동오 기자
2026.10.07 17:03

-조민우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부산 북항에 상어 '부캉이'가 나타나 화제를 모은 지 일주일 만에 한 개인이 그 이름으로 상표를 출원했다. 출원인은 키링·의류·봉제완구 등 40개 상품을 지정했는데, 캐릭터 상품화를 염두에 둔 출원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개인 출원이 잇따라 늘었다. 부산시는 직접 상표를 출원하고 개인 출원에는 정보제공 절차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누가 먼저 이름을 알렸는가'와 '누가 상표권을 가질 수 있는가'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조민우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한) 대륜

상표법은 동일·유사한 상표가 동일·유사한 상품에 경합 출원되면 먼저 출원한 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제35조). 다만 먼저 출원했다고 등록이 보장되지는 않으며, 식별력(제33조)을 갖추고 제34조의 부등록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결국 등록 여부는 이 출원이 법정 거절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달려 있다.

먼저 부산시가 이 사건에서 내세울 수 있는 권리의 근거부터 따져보자. 부캉이는 부산시가 기획한 캐릭터가 아니라, 부산시설공단이 발견된 상어를 SNS로 소개하며 붙은 이름이다. 공단은 이 명칭을 상품이나 서비스에 사용하거나 출원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상표는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표지로 쓰일 때 보호받는 권리여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는 사실이 곧 상표권 주장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이 점은 부산시가 내세울 만한 조항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주지상표(제34조 제1항 제9호)와 저명상표(제11호)는 요구하는 인지도 수준과 보호 범위가 다르지만 출발점은 모두 '상품 출처'로서의 인식이다. 제20호도 있다. 계약이나 업무상 거래 등의 관계를 통해 타인이 사용 중이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고 출원한 경우를 막는 조항이다. 그러나 공단은 이 명칭을 상표로 사용하거나 준비한 적이 없고, 출원인과의 관계도 알려진 바 없다. 물론 제12호의 '수요자 기만'을 문제 삼거나, 더 나아가 상표법의 근본으로 돌아가 상표법 제3조 제1항을 들어 '출원인이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사용하려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아 볼 수도 있으나, 이 역시 앞서 언급한 문제를 넘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부정한 목적의 출원을 막는 제13호다. 이 조항은 출원 당시 부캉이가 특정인의 상품 출처로 인식돼 있었는지와 출원인에게 부정한 목적이 있었는지를 따로 입증해야 한다. 한 번도 상품화된 적 없다는 점이 부산시에게는 가장 큰 약점이다.

시점의 문제도 있다. 제13호와 제20호는 출원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제34조 제2항), 출원 뒤 홍보대사 위촉으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사정이 소급해 거절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등록여부결정 시를 기준으로 하는 수요자 기만(제34조 제1항 제12호)은 이후의 공식 활용이 쌓일수록 검토 여지가 생기지만, 이 역시 출처 인식이 전제다.

물론 대응 수단은 이의신청 하나만이 아니다. 출원공고 전이라도 누구든지 거절 사유에 관한 정보와 증거를 제출할 수 있고, 공고 후에는 이의신청(제60조)으로, 등록 뒤에는 무효심판으로 다툴 수 있다. 출원인과 협의해 양도나 사용허락을 받는 방법도 있다. 어느 경로를 택하든 관건은 출원 당시의 인식도와 출원 경위를 보여줄 자료다.

이 사건이 드러낸 것은 선출원주의 자체의 불합리라기보다 사후 대응에 기대는 공공 IP 관리의 공백이다. 공공기관은 캐릭터나 명칭을 공식 활용하기 전에 상표를 출원하고, 실제 상품화 계획에 맞춰 지정상품을 설계해야 한다. 사용 계획 없는 상품까지 지정하면 등록 후 정당한 이유 없이 3년 이상 쓰지 않은 상품은 불사용취소심판(제119조 제1항 제3호)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우선심사도 심사를 앞당길 뿐 앞선 타인의 출원을 뒤집지는 못한다. 공공 캐릭터의 사전 출원과 권리 귀속·라이선스 정책의 정비가 우선이다. 화제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만, 권리를 지키는 절차는 한발 앞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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