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식 해상풍력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시장입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바스크주 비스카야 해안 인근의 '비멥(BiMEP)'에서 만난 다비드 카라코사 사이텍 오프쇼어 테크놀러지스 최고경영자(CEO)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높은 사업비 등을 우려하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당장의 상황만으로 경제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2016년 사이텍 엔지니어링에서 분사해 설립된 '사이텍 오프쇼어 테크놀러지스'는 해상풍력 터빈용 콘크리트 부유식 플랫폼 '사스(SATH)'를 개발했다. 현재 세계 각국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며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해저에 구조물을 고정하는 기존 고정식과 달리 바다에 띄운 부유체 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계류 시스템으로 위치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수심이 깊어 고정식 설치가 어려운 해역에도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어 해상풍력의 입지를 넓힐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고정식도 초기 비용 많이 들어…2032년 본격 성장
다비드 CEO는 프랑스에서 가동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가격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그는 "현재 프랑스의 한 사업의 경우 전기료가 1㎿h(메가와트시)당 86~93유로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1990년대 시작된 고정식 해상풍력도 2020년까지 1㎿h당 100유로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대규모 프로젝트가 늘어나면 비용은 충분히 낮아질 수 있다"고 단언했다.
사이텍 오프쇼어 테크놀러지스는 프랑스와 영국, 일본 등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수주를 확정한 사업 중에는 프랑스에 700㎿급 해상풍력 설비 3기가 들어서는 단지도 있다. 다비드 CEO는 "향후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공급하고 플랫폼을 제작하는 단계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SATH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비스카야 앞바다에 위치한 계통연계형 해상 실증시험장 비멥에서 시험을 이어가고 있다. 비멥은 바스크 에너지청과 에너지다변화절약기구(IDEA)가 공동 소유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가동되고 있다. 이곳에 설치된 '데모사스(DemoSATH)'는 2023년 스페인 최초로 계통에 연계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기다.
다비드 CEO는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점을 2032~2033년쯤으로 내다봤다. 현재 유럽에서 입찰이 진행 중인 대규모 상업용 프로젝트들이 이 시기부터 본격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유식 해상풍력 확장 기업도…"고부가가치 기대"
실제 바스크주 기업들은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의 개화에 대비해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HD현대·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를 비롯해 전세계 각국의 기업에 계류 시스템을 공급한 '비씨나이마린'은 최근 부유식 해상풍력용 계류 체인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같은 날 만난 하비에르 아기레 비씨나이마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영업이사는 "현재의 전망대로 시장이 성장한다면 매년 상당한 물량의 계류 체인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우 기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나 부유식 생산·저장·하역설비(FPSO)보다 더 많은 체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내 기업들도 부유식 해상풍력 연구개발과 실증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가 울산에서 추진했던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도 중단된 바 있다. 다만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부유식 해상풍력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비에르 이사는 "우리도 기대했던 것보다 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상용화 단계를 지나고 세계 각국의 관련 규제 등이 개선된다면 훨씬 더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부산 연안 등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