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재개발조합이 사야 할 땅과 사지 않아도 될 땅

허남이 기자
2026.10.12 17:49

국·공유지 매입비용은 당연한 사업비일까?

재개발사업에서 조합은 정비구역 내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다. 그중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도로·공원·주차장 등의 토지도 포함된다. 이러한 국·공유지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모두 대금을 지급하고 매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무상으로 양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상양도 대상인지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매입비용을 사업비에 반영하거나, 반대로 공공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상취득이 가능하다고 예상하는 경우다. 어느 쪽이든 잘못된 판단은 사업비 증가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국·공유지 취득 문제에서 조합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희창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공영주차장을 매수한 조합, 매매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 2026. 9. 3. 선고 2026다202915 판결은 재개발조합이 국가로부터 매수한 공영주차장 부지의 매매대금 반환을 청구한 사건이다. 해당 토지는 도시계획시설인 주차장으로 결정되어 있었고,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로부터 대부받아 실제 공영주차장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조합은 해당 토지가 도시정비법상 무상양도 대상이므로 매매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1·2심은 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도시정비법 제97조 제2항은 정비사업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기존 국·공유 정비기반시설을 새로 설치하는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에서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상양도 대상이 되는 기존 정비기반시설은 원칙적으로 국·공유재산법상 공공용재산, 즉 행정재산이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토지는 실제 공영주차장으로 이용되었지만 국유재산법상 일반재산으로 관리되고 있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상양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공공시설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무상양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전에 살펴야 할 세 가지

이번 판결에서 조합이 주목해야 할 것은 국·공유지의 무상양도 여부가 단순한 토지 매입 문제가 아니라 사업비 산정과 사업시행계획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이다. 우선 정비구역 내 국·공유지를 필지별로 구분하여 취득 방식을 확인해야 한다. 국·공유재산대장에 기재된 재산의 종류와 관리 경위, 공공용 사용에 관한 결정 여부 등을 살펴 무상양도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실제 도로나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기존 정비기반시설의 용도폐지 여부와 새로 설치하는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산관리관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법적 쟁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재산대장상 분류와 실제 이용현황이 다르거나 무상양도 대상 여부에 이견이 있다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그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

사업비의 차이는 토지를 매수하기 전에 결정될 수 있다

국·공유지 취득비용은 조합의 자금조달과 조합원 분담금에 영향을 미친다. 무상양도 대상인 토지를 유상으로 매수하였다면 매매계약의 효력과 대금 반환을 검토할 수 있지만, 애초에 무상양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매매대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재개발사업에서 모든 비용을 줄일 수는 없지만, 부담해야 할 비용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국·공유지의 취득 방식에 관한 초기 판단이 이후 조합의 사업비와 분쟁 위험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 법무법인 센트로 이희창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부동산, 재개발·재건축 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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