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수출 호조가 항공화물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장비가 미주행 고부가가치 화물을 끌어 올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화장품 항공 수출이 급증하면서다.
14일 네덜란드 항공·물류 전략 컨설팅업체 에이비안(Aevean)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에서 항공편으로 수출된 뷰티·퍼스널케어 제품은 5만70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47% 증가했다.
특히 유럽으로 향하는 K뷰티 물량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유럽행 항공 수출은 약 1만9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늘며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에 유럽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제치고 한국산 뷰티·퍼스널케어 제품의 최대 항공 수출 시장으로 올라섰다.
북미행 물량도 65% 늘며 '제2의 성장축' 역할을 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9%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중남미행 물량은 124% 뛰었다. 기존 아시아 시장을 넘어 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으로 K뷰티 수요가 확산하면서 항공화물 수요 지역도 다변화되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발 전자상거래 항공화물이 둔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8월 중국발 전자상거래 항공화물 물량은 전년 동월보다 16% 감소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특히 유럽행 물량은 40% 줄었다. 중국발 전자상거래 화물이 주춤한 빈자리를 한국발 고부가 화물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유럽연합(EU)이 저가 소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발 저가 전자상거래 화물 수요가 타격을 받은 영향이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저가 소비재 물량은 줄어든 반면 한국발 항공화물에서는 AI·반도체 장비에 이어 K뷰티까지 성장 품목이 넓어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국내 최대 항공화물 사업자인 대한항공의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글로벌 AI 관련 투자 확대와 K뷰티 수출 호조를 항공화물 수요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대한항공의 2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1조54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6.1% 증가했다. 전체 매출이 26% 늘어난 것과 비교해도 화물 부문의 성장 속도가 빨랐다.
오는 15일 발표되는 3분기 실적에서도 화물 부문의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3분기 별도기준 매출을 5조1000억원대로 예상한다. 전년 동기보다 약 28~29% 늘어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4900억~5000억원으로 30~3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분기 화물매출은 약 1조49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안팎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화물수익률 역시 682~685원/FTK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39%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임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홍콩에서 발표되는 TAC 항공운임지수(TAC index)가 집계하는 글로벌 발틱항공화물운임지수(BAI00)는 지난 12일 기준 전년 동기보다 24.3%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발 전자상거래 물량 감소에도 AI 관련 고부가 화물 수요와 높은 연료비 등이 운임을 뒷받침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