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끊었다더니..면세점 '따이궁' 매출, 슬금슬금 늘었다

유엄식 기자
2025.11.04 16:05

롯데면세점 등 대형사 따이궁 매출 비중 연초대비 상승
업황 특성상 거래 전면 중단은 어려워..송객수수료율 50%에서 20~30%대로 하락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마친 뒤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국내 대형 면세점들이 따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 비중을 최근 다시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지속된 과당 경쟁 국면에 따이궁이 높은 송객수수료(인센티브)를 요구하면서 손실이 누적된 면세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을 위해 거래를 중단하거나 매출 비중을 낮춰왔다. 다만 적정 마진율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송객수수료를 제시한 따이궁에 대해선 선별적으로 거래를 재개했단 관측이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국내 대형 면세점들의 최근 따이궁 매출 비중은 연초 대비 대체로 상승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까지 따이궁 매출 비중이 60~70%에 달했으나, 점차 줄여나가 연초엔 3%대까지 금감했다. 이후 다시 따이궁 거래 규모가 늘어나면서 최근엔 매출의 8~9%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임원 인사에서 롯데면세점의 신임 대표로 선임된 김동하 전무는 취임 직후부터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매출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따이궁 거래를 줄여나가겠단게 가장 대표적인 전략이었다.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1조30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면세점의 따이궁 매출 비중이 소폭 상승한 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적정 수수료를 요구한 업체만 제한적으로 거래를 재개한 결과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단일 매출이 큰 따이궁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손실을 감내하고 50%가 넘는 인센티브를 주는 출혈 경쟁을 해왔다"며 "이젠 이같은 분위기가 사라져 적정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업체만 선별적으로 거래를 재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손실을 무릅쓰고 따이궁 유치전에 나섰던 신라·신세계·현대 등 경쟁 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수익성 개선 전략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적인 송객수수료율도 대폭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때 50%가 넘었던 따이궁 송객수수료율은 최근 20~30%대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길었던 징검다리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0월 12일 서울 경복궁이 시민들과 외국인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그럼에도 면세업계가 다시 따이궁과의 거래 비중을 조금씩 높이고 있는 건 지금보다 매출 규모를 늘려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단 판단에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외국인 구매 인원은 101만2368명이다. 올 들어 월간 기준으로 첫 1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9월(84만9516명)보다 19.2%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출액은 9215억원에서 7808억원으로 감소했다. 1인당 평균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108만원에서 77만원으로 28.9% 줄어든 셈이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달말까지 주요 면세점 중국인 관광객은 점포별로 약 20~50% 늘었지만, 매출 증가율은 이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관광객이 면세점 대신 CJ올리브영과 다이소 등 다른 중저가 채널을 찾는게 보편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면세업계가 '흑자 기조' 유지를 전제로 단일 매출액이 큰 따이궁과의 거래 문턱을 조금씩 낮추고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매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일부 따이궁과 거래를 재개한 것은 맞지만 예전처럼 과당 경쟁으로 손실을 보는 수준까지 높이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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