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쿠팡이 1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보상안을 내놨다. 전날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사과한데 이어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지만 여론이 바뀔진 미지수다.
쿠팡은 연석청문회를 하루 앞둔 29일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고객 3370만명을 대상으로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발표했다.
다음달 15일부터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 상품(2만원) 등 고객당 총 5만원 상당의 1회 사용이 가능한 4가지 구매 이용권을 지급한다.
이에 앞서 김 의장은 전날(28일)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고객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연석청문회를 앞두고 창업자의 사과와 보상안 발표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민심은 아직 냉랭하다.
김 의장은 사과문에서 외부 유포는 없었고 정부와 협력한 조사 발표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정부와의 진실 공방에 불을 붙였다. 또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실제 저장된 정보는 3000여 건에 불과하고 외부유출은 없었다'는 자체조사 결과도 되풀이했다.
일각에선 쿠팡이 자체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하고 사과문에서조차 3000건의 정보유출을 강조한 게 사인을 축소하고 보상액도 줄여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었다.
이날 쿠팡이 3370만명을 대상으로 보상을 진행한다고 발표하면서 보상액 축소 의혹은 해소됐지만 보상 방식을 두고도 논란은 여전하다.
보상 규모 자체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용권이 서비스별로 분리돼 있어 실제 체감 보상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금액은 5000원 아니냐", "보상이라기보다 자사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마케팅"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쿠팡은 알럭스와 트래블이 모두 쿠팡 내 판매 카테고리로 추가 지출 없이 사용 가능한 상품이 많다는 입장이지만, 여행·프리미엄 소비 경험이 없는 고객에게는 일부 이용권이 사실상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상액 규모도 소비자들이 이용하지 않을 경우 1조6850억원에서 대폭 축소된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한달 요금의 절반을 면제한 SK텔레콤의 보상안보다도 후퇴한 안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쿠팡 매출을 더 높이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 5만원의 구매이용권은 모두 월 이용료를 추가로 납부하는 멤버십 회원이 아니면 결국 구매이용권에 돈을 더 얹어서 상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매출 확대를 위한 유인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피해회복이 아니라 강제 소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5만원이라는 금액마저 사용처를 쪼개 실질적 가치와 선택권을 축소한 전형적인 '보상 쪼개기' 수법"이라며 "피해자 보상 자리에 자사 신사업 홍보를 끼워 넣은 윤리적 일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장은 30일과 31일 열리는 연석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합동으로 여는 청문회지만 김 의장이 불참할 경우 '맹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7일 진행된 청문회에서도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참석해 의례적 인사말과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해 청문회를 사실상 무력화 시켰다.
청문회에 앞서 진행된 사과와 보상안이 책임 있는 수습보다 여론전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는 총괄 책임자인 김 의장의 청문회 출석이 우선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를 하고 나서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국정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