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나비축제보다 못한 여수섬박람회[정철근 칼럼/정철근]

정철근 주필
2026.09.30 02:00

700억 들인 여수 행사, 흥행은 참패
지방교부세 느는데 재정자립도 후퇴
정치적 자원 배분, 혈세 낭비 막아야

"여수 밤바다/이 바람에 걸린/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네게 전해주고파/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여수 밤바다"

가수 장범준의 노래 '여수 밤바다'는 전남 여수를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만들었다. 2012년 여수 세계해양엑스포 이후 줄어든 관광객은 이 노래 덕분인지 2017년 1500만명을 찍었다. 이 노래는 산업도시 여수를 낭만적인 밤바다 이미지로 바꾸었다. 엑스포를 계기로 개통한 KTX 여수역과 특급호텔, 돌산과 자산을 잇는 케이블카는 젊은이들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글로벌컨설팅기업 맥킨지는 2011년 미래 세계 부자도시 순위를 발표했다. 놀랍게도 여수가 2025년 세계 부자도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맥킨지는 여수석유화학단지의 소득이 매우 높다는 점과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로 대외이미지가 좋아진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현재 여수는 맥킨지의 예측과는 반대로 추락하고 있다. 국비를 합쳐 7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된 여수 섬박람회는 이미지를 높이기는커녕 기존에 쌓아놓았던 명성마저 무너뜨린다. 1톤 포터트럭에 엉성하게 천을 덧댄 '거문도 뱃노래' 공연은 학생들 학예회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조롱이 쏟아졌다. 조직위가 뱃노래 참여자들에게 준 돈은 총 200만원으로 1인당 8만원 꼴이었다.

여수 섬박람회는 추석당일 6만 7000명이 찾았지만 목표 300만명을 채우긴 불가능해 보인다. 이 행사는 부실 논란으로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국회 국정감사의 도마위에 올랐다.

여수 섬박람회의 성과는 인근 순천의 정원박람회는 물론 전남 함평 나비축제에도 못미친다. KBS PD 출신인 이석형 군수는 1999년 함평천 부지에 유채꽃을 심고 나비를 키웠다. 출발은 초라했지만 나비축제는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지역축제로 우뚝 섰다.

함평군 공무원들은 나비축제를 위해 초기엔 전국을 돌며 나비를 채집하고 부화시켰다. 반면 여수시 공무원들은 혈세로 단체출장을 떠나 바다가 없는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에서 "라면 맛은 최고였다"라는 후기를 남겼다. 2023년 국제적 망신을 당한 새만금 잼버리 사태의 재판이다. 행사를 주관한 공무원들의 자세부터 엉망인데 아무리 예산을 퍼부은들 사업이 성공할리 없다. 아마 인프라가 갖춰진 여수 엑스포 행사장을 재활용하고 콘텐츠 발굴에 집중했다면 이렇게까지 '뭇매'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지방교부금은 크게 늘었다. 반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방교부세는 1990년대 중반 5조원대에서 현재 74조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재정자립도는 63%대에서 47%대로 낮아졌다. 재정자립도가 낮아졌는데 지자체의 전시성 사업,선심성 현금 뿌리기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이재명 정부는 '5극 3특' 지역 균형전략을 표방한다. 하지만 어느 지역이 어떤 비교우위가 있는지는 기업과 인재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중앙정부에서 지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가 권역마다 예산을 배분하다 보면 경제성보다 정치적 협상에 따라 정해진다. 정치권력이 선거 승리의 '전리품'을 나눠주듯이 자원을 배분하면 안된다. 분배의 정치화는 필연적으로 경제적 비효율을 낳기 때문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에 반대할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치 행정을 개혁하지 않은채 공공기관을 분산하고 예산을 나눠줘봤자 지방은 발전하기 어렵다. 중앙정부가 자원 분배를 결정할 게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벌고(지방세 확대), 스스로 결정하고(권한 이양),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게 해야한다(책임 강화). 지자체가 중앙의 예산을 나눠받으려 다투는게 아니라 좋은 정책으로 서로 경쟁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 30년이 넘었다. 과연 지방 주민들의 삶은 나아졌는가.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좁혀졌는가. 이제 이 근본적인 질문의 해법을 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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