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베를린 외곽 테슬라 기가팩토리를 방문했을 때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테슬라의 생산 공정에 감탄하고 있을 무렵 동행했던 베를린공대 교수가 논쟁적인 질문을 던졌다. "테슬라의 카메라와 웨이모의 라이다, 자율주행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까요?"
인도 출신 엔지니어 아비가 테슬라 편에 섰다. "사람도 눈 두 개로 운전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인간의 방식처럼 카메라 영상만으로 주변을 읽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론이 곧바로 나왔다. 사람의 눈은 안개와 역광 앞에서 무력해진다. 웨이모는 그래서 카메라 위에 라이다와 레이더를 겹쳐 얹는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쏘아 되돌아오는 시간을 재서 주변 사물의 거리와 형상을 직접 측정한다. 여기에 안개와 폭우를 뚫는 레이더가 더해진다. 비싸고 무겁지만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토론은 평행선이었다.
이 논쟁은 2026년 장외 설전으로 재현되는 중이다. 지난달 웨이모 AI(인공지능) 책임자 스리칸트 티루말라이는 완전 무인 주행 2억 마일에서 얻은 '10가지 교훈'을 공개하며 테슬라의 점진적 노선을 '가짜 정상(false summit)'이라 비판했다. 드미트리 돌고프 웨이모 CEO도 거들었다. 카메라만으로는 완전 자율주행에 필요한 안전성에 결코 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오래 전부터 독설로 맞서 왔다. 2019년 라이다를 "어리석은 짓"이라 부르며 "거기 기대는 자는 모두 망한다"고 단언했고 지난해 8월에는 센서를 겹쳐 쓰는 방식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라이다와 카메라가 어긋나는 '센서 충돌'이 모호함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 싸움은 누가 자율주행의 패권을 쥘 것이냐의 경쟁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 앞에서 우리가 정작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과연 자율주행차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까?
2023년 MIT 연구진은 자율주행차를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로 규정했다. 카메라와 라이다가 보내는 정보를 초당 수백 조 번 계산하며 주행 내내 전력을 쓰기 때문이다. 연구진의 계산은 이렇다. 차 한대의 컴퓨터가 840W(와트)를 쓴다고 할 때, 전 세계 10억대가 하루 딱 한 시간씩만 달려도 그 탄소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 연간 1억4400만톤 아르헨티나 한 나라의 연간 배출량 규모다.
만약 2050년 전 세계 도로의 95%를 자율주행차가 채운다면 그 전력은 무시못할 규모로 커질 것이다. 관건은 반도체 효율이다. 자율주행이 똑똑해질수록 계산량은 늘어나니 효율이 그보다 빨리 좋아져야 전력량이 준다. 연구진의 계산으로는 그 효율이 1.1년마다 두배가 돼야 하는데 당시 업계의 실제 속도는 2.8년에 두배였다. 최근 칩은 더 빨리 개선되지만 소비 전력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효율이 좋아진 만큼 더 큰 모델을 돌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속도라면 2050년 자율주행 연산 배출이 전 세계 온실가스의 5%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전력은 도로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폭증하는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시키는 데도 막대한 전력이 든다. 테슬라가 텍사스 기가팩토리에 자율주행과 로봇 학습 전용 데이터센터 '코텍스'를 지은 이유다. 수백만대가 보내오는 영상을 반도체 수만개로 밤낮없이 훈련시킨다. 회사가 밝힌 최종 소비 전력은 500㎿(메가와트), 웬만한 중소 도시 하나가 통째로 쓰는 양이다. 경쟁에 뛰어든 기업이 늘수록 이런 데이터센터도 함께 늘어난다.
최근 텍사스 오스틴에는 핸들도 페달도 없는 테슬라의 무인택시 '사이버캡'이 등장했다. 웨이모는 미국 10여 개 도시에서 누적 2000만회 무인 탑승을 넘겼고 연내 도쿄와 런던 진출을 선언했다. 한국도 뛰어들었다. 정부는 올해 광주와 화성을 첫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지정했다. 현대차그룹은 더 급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다"며 격차를 인정했다. 이후 엔비디아 출신 박민우 사장을 자율주행 수장으로 영입하며 전사적 속도를 내고 있다.
환호할 만한 장면들이다. 나 역시 그 미래가 기대된다. 다만 이 치열한 패권 경쟁 속에서 놓치는 것은 없을까. 이동의 방식이 혁신적이라고 해서 탄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이동의 방식은 이미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작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이동을 둘러싼 도시의 규칙이다. 탄소와 에너지, 도시의 공간과 이동체계, 데이터와 알고리즘 윤리, 그리고 시민의 삶과 거버넌스까지. 자율주행이 바꾸는 것은 차 그 자체가 아니라 도시를 움직이는 운영체제(OS)이기 때문이다. 이 연재는 자율주행 패권 경쟁의 이면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그 기술이 더 인간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이어지기 위한 새로운 규칙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