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수시 논술시험에서 AI(인공지능) 기능 등이 탑재된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됐지만 후속 제재는 대학마다 크게 엇갈린다. 대학별 고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달리 통일된 처리 기준이 없어 같은 부정행위라도 처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는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캠퍼스에서 치른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시험 도중 감독관이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을 적발해 퇴실 조치를 실시했다.
연세대 내부 규정상 해당 학생은 불합격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 '입학전형 운영에 관한 규정' 제6장은 합격자 발표 전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불합격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적발된 학생의 향후 응시 자격까지 제한할지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연세대가 추가 제재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이유는 내부 규정에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아서다.
다만 내부 규정은 부정행위에 대한 조사나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입학처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사안이 중대하면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도록 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현재 입학처에서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해당 절차에 따라 후속 조치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가 향후 응시 자격을 제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제재 수위는 수능보다 낮아지게 된다. 교육부 훈령인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자 처리규정'에 따르면 수능에서 중대한 부정행위가 적발될 시 해당 연도 성적은 무효 처리되고 다음 연도까지 응시 자격이 박탈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다음 연도까지 응시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에 이어 서울시립대도 지난 3일 치러진 2027학년도 자연계열 논술시험에서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적발했다. 서울시립대는 이 수험생을 불합격 처리하고 향후 3년간 모든 입학전형 응시를 제한하기로 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모집 요강에 명시된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늘고 있는데도 대학별 처분 기준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다. 대학별 고사는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전형인 만큼 부정행위에 대한 판단과 제재 역시 학내 규정에 따라 결정된다. 동일한 부정행위를 하고도 어느 대학에서 적발됐는지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규정 공백이 수험생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마트안경은 대리시험처럼 별도의 공범이나 복잡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시도가 쉽다. 이로 인해 적발되더라도 향후 응시 자격 제한이 없거나 제재가 약하다고 인식될 경우 부정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종이지필(PBT) 방식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국내 시험장에서 AI 기술이 탑재된 기기를 이용해 부정행위로 적발된 사례는 2022~2024년 0건에서 지난해 19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올해 1~8월에는 61건이 적발돼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적발 건수가 3배 이상 늘었다.
교육부는 대학별 고사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감독관이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보다 쉽게 적발할 수 있도록 이번주 내 각 대학에 감독관 유의사항을 배포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별 고사에서 부정행위에 대한 처분은 각 대학 입학전형위원회가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교육부는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도록 감독관 유의사항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