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기관의 2차 세종 이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공무원 주거 대책과 교통망 확충 등 정주 여건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관별 업무 특성을 고려해 일부 기능은 수도권에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행정안전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2차 세종 이전 대상 44개 기관 가운데 현행법상 이전이 가능한 31개 기관·5460명의 이전을 우선 추진한다.
이번 변경안은 정부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중앙행정기관 2차 이전 계획을 기존 법정 이전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당시 중앙행정기관 등 44개 기관·공무원 정원 9929명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변경안에는 이 가운데 현행 법령에 따라 이전할 수 있는 31개 기관·5460명을 우선 반영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23개 기관·1831명은 세종시 내 민간 건물 등을 임차해 내년까지 이전한다.
감사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등 8개 기관·3629명은 별도 청사를 신축한 뒤 2031년까지 이전할 예정이다. 31개 기관 이전에는 임차청사 약 557억원, 신축청사 건립 약 1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등 나머지 13개 기관·4469명은 관련 법령 개정 이후 추가로 이전계획에 반영한다. 전체 44개 기관을 이전한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모든 기능 세종 집중할 필요 없어"…업무 특성 고려 주문
이날 공청회에서는 기관을 물리적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능 재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허준영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행정 기능을 세종으로 집중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정책 조정과 법령·예산 기능은 국정 중추 기능과 연계하되 현장 집행과 대국민 서비스 기능은 업무 특성과 국민 접근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대표도 기관별 서울 사무소를 둘 경우 업무 특성에 맞는 적정 규모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과의 실시간 연계성과 위기 대응 기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오송·세종·대전 간 교통 연계 강화와 주거·이주 지원 대책, 신속한 청사 건립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적 기반 마련 여부에 따라 이전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공무원의 정주 여건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철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기관의 소재지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공무원과 가족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주거 정주 여건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준형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도 단기간에 주거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임차와 분양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거와 자녀 교육, 배우자 취업, 교통 등을 묶은 맞춤형 정착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기관 이전에 따른 과천의 행정기능 약화와 지역 상권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과천시민들은 정부와 과천시 간 공식 협의체 구성과 종전 소재지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6개 주요 기관이 떠나면서 과천의 행정 기능마저 사라지게 됐다"며 "종전 소재지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공식적인 협의체를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과천의 행정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는 게 저희의 목표"라며 "기존 청사를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상생협의체 구성 요구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건의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