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7월29일 충북 청주의 한 화장품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던 이모씨(34)가 동료의 지게차에 치였다. 운전 중인 지게차와 바닥 사이 몸이 끼어 5m 가량을 끌려간 사고였다. 119를 불렀던 사람들은 그러나 회사에 막 진입한 구급차를 돌려보냈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지게차주가 보험비 구상권 부담을 우려한 때문이다. 이씨를 친 지게차주는 지입차주(운수회사 명의로 등록된 개인 소유차량 주인),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특고)'였다.
특고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2년 넘게 잠자고 있어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고 근로자 산재보험 의무가입은 박근혜정부 대선공약이었고 실제 여당의원 명의로 발의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당의원들의 반대로 계류 중이다. 이면에는 보험업계의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추진안, 여당이 반대 왜?
특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계약에 따른 개인사업자'다. 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은 125조에서 특고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법의 적용을 원하지 않는 경우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한 규정 때문에, 사용자 강압에 의한 가입 제한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이들의 보험가입률은 2013년 기준 9.78%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2013년 5월31일 발의된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안이다. 특고에 대한 산재보험 당연적용 원칙을 표현하고, 적용제외 신청은 시행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할 때만 가능토록 제한했다. 아울러 적용제외 신청을 한 이후에만 적용제외로 처리하도록 했다.
정부 공약이기도 한 이 개정안은 여당의원들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개정안 소관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선 김진태·권성동 의원이 부정적이다. 특고 6개 직종 중 하나인 보험설계사에 대해선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표면적 이유는 보험설계사가 다른 직종에 비해 산재위험도가 낮고, 업무상 산재여부 입증이 어려워 산재보험 가입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보험설계사들이 이미 가입한 민간보험과 연관이 있다. 이 의원은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민간보험을 예외로 적용해주는 조항"을 주장했다. 이미 사회보험이 아닌 민간 산재보험에 가입한 경우엔 적용을 제외해달란 게 요지다. 개정안은 지난해 2월 진통 끝에 환노위를 통과했으나 본회의 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걸음을 멈췄다.
◇개정안 통과되더라도 '캄캄'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앞선 지게차 사고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현 산재보험법에서 특고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고치려는 125조는 보험설계사를 비롯 골프장 캐디, 학습지교사, 레미콘 운전자, 택배운전자, 퀵서비스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일컫는 특고 6개직종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경우 사업주가 산재보험을 100% 부담한다면, 6개직종에 해당하는 특고는 현재 산재보험 가입을 원할 경우 보험료를 50(사업주)대 50(개인)으로 부담한다.
지게차주는 산재보험법 125조가 아닌 124조에 해당하는 특고다. '중소기업 사업주에 대한 특례조항'에 따라 6개직종을 제외한 모든 특고들이 여기 해당한다. 특고라는 한 덩어리 안에서도 차별이 존재하는 셈이다. 6개직종 특고가 당연가입자라면 이들은 임의가입자다. 당연가입자가 절반만 보험부담을 지는 반면 임의가입자는 100%를 부담해야 한다. 보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보험가입을 하지 않은 특고가 산재를 은폐하고, 119를 되돌려보내는 이유다.
이와 관련 고용부 관계자는 "당연가입자의 경우 입사하면 산재보험을 받고 적용제외를 신청하면 빠져나갈 수 있는 등 사업주가 등록하지 않아도 보상받을 수 있는체계"라며 "본인이 신청해야 하는 임의가입은 여러 사업주와 계약을 맺는데 누가 관리해야하는 지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